인천공항공사 노조 "김경욱 사장 내정자 임명 반대"...'인국공 사태' 험로 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에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천공항공사 노조가 전면 반대하고 나서 향후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해결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노조는 28일 '국토부 퇴물관료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노조는 성명서에서 '졸속 정규직 전환 이슈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 공항면세점 유찰, 스카이72 소송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전문성과 덕망 있는 신임 사장을 기대했던 임직원의 바람은 총선에서 낙선한 퇴물 관료가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산산조각 나버렸다"며 "비(非) 항공전문가이자 국회의원 배지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 내정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노조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치인으로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김 내정자에 대해 알게 될수록 기대보다 우려가 커졌다"며 "향후 반대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노조가 김 내정자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김 내정자가 2013년 국토부 철도국장 시절 당시 철도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도 민영화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김 내정자는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으로부터 '낙선 대상자' 44명 중 1명에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국민의 반대여론과 철도 노동자 파업으로 좌절됐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김 내정자가 철도국장으로 발령나 짧은 시간에 철도경쟁체제 도입의 큰 골격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했다'고 낙선 대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김 내정자는 총선 출마 당시 출생지를 허위 기재한 의혹도 받았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토부 요직을 두루 역임하고 2019년 5월 국토부 2차관으로 승진했다가, 같은 해 12월 공직을 퇴임하고 지난해 4.15 총선 때 충북 충주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3년 철도국장 시절 수서발 KTX(수서고속철도) 면허발급을 통해 철도경쟁체제 도입에 앞장섰고, 차관 임명 당시에는 출신지가 경북 김천으로 알려졌다가 총선 출마 시 충북 충주로 바뀌어 '고향 세탁'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김 내정자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틈틈이 충주 지역구를 방문해 민심을 챙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내정된 상황에서도 다음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를 챙기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인천공항공사의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공항업계 관계자는 "'인국공 사태'는 당사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며 "김 내정자의 과거 행보를 보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부 방침을 밀어붙이는데 더 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