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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장현수 안무의 '패강가(浿江歌)'…거대한 상징과 수사적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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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의 '패강가(浿江歌)'
조선조의 풍류 문학의 대가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는 '화사'·'수성지'·'천군전'·'원생몽유록'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평안도 도사 부임 시절, 대동강의 옛 이름 패강을 두고 시심을 발동시켜 '패강가(浿江歌)'를 남긴다.

'패강가'는 연작시 10수로서 당대 연인들의 사랑에 관한 춘심(春心)을 아름답게 시심에 담아낸다. '패강가' 십수 가운데 오수는 이별에 관한 짧지만, 의미적 강도를 붉은 소매 위에 떨어지는 눈물로 설정하고 진지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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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의 '패강가(浿江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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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무가 장현수는 별리(別離)에 관한 원작의 섬세한 구성력을 높이 기리고 움직임의 동인(動因)으로 삼는다. 그녀는 '패강가' 이면에 흐르는 벽산의 ​자유분방한 기운과 시대적 연원을 밝히는 오묘함을 소리에 담아 조화를 이룬다. 애절한 소리를 흡수한 마음은 미동(微動)하며 자연과 하나 된다. 그리 멀지 않은 날들의 기억은 이별의 최적 장소 대동강으로 관객을 불러내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 당대의 상황을 상상시킴으로써 미세한 울림에 동참하게 만든다.

봄비 내린 뒤, 물기 머금은 버들은 푸른 빛을 더해간다. 버들가지는 유연한 여인의 상징이다. 임을 기다리는 여인인 듯 버들은 사랑과 이별을 두르고 대동강 강변에 서 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질 때 나루터는 최적의 이별 장소가 된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눈물을 감추고, 나루터 주변의 버들가지로 사랑을 다짐한다. 비릿한 눈물 냄새를 상상하기에 적합하고 이별을 자아내기에는 대동강과 노량진의 강변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었다.

'패강가'의 틀 짜기, 패강에 나와 본 사람들은 푸른 등으로 절벽을 치고 떠나는 임을 막아선 여인(장현수)과 길 떠나는 남정네(최호종)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연(緣)의 유동, 그 사이의 애절한 감정은 정마리의 정가가 담당한다. 여인의 묵직한 분위기와 달리 남정(男丁)은 홀가분한 모습이다. 패강에는 낭만뿐만이 아니라 눈물로 굳어버린 노랫말의 어수선함과 분주함이 뒤범벅되어 있다. 대동강 둑을 따라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능수버들이 하늘거린다.
'패강가'의 오수는 1583년경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고 이 시에서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사랑의 이치를 달관한 듯한 초월자 임제 선생의 낭만적 인생관이 드러난다. 「이인일일절양류(離人日日折楊柳, 이별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꺾는 버들), 절진천지인막유(折盡千枝人莫留, 천 가지 다 꺾어도 가는 임 못 잡겠네) 홍수취아다소루(紅袖翠娥多少淚, 어여쁜 아가씨들의 많은 눈물 탓인 듯), 연하락일고금수(煙波落日古今愁, 해 질 무렵 부연 물결도 시름에 잠겨 있네)」

미니어추어 가마가 여인의 심상(心像)을 끌어 오지만, 뜨거운 의지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위군재작무의상(爲君裁作舞衣裳, 임을 위해 지으리라 춤추는 의상을), 첩모사화홍역감(妾貌似花紅易減, 저의 얼굴 꽃과 같아 피었다가 시드는데), 낭심여서거하경(郞心如絮去何輕, 임의 마음 버들솜처럼 머무는 듯 떠나지요), 원이백척청류벽(願移百尺淸流壁, 비옵건대 백 척의 청류벽을 옮겨 세워), 차각란주불방행(遮却蘭舟不放行, 난주를 가로막고 놓아 보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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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선생은 패강을 따라 연인 사이 사랑의 감정을 잘 묘사해내고 있다. 안무가 장현수는 '패강가'를 세 부문으로 나눈다. 미혹의 소리부, 설복 중심 여인의 마음, 잔잔한 이야기의 꼬리 부이다. 패강은 예로부터 남녀의 사랑이 싹트고 교차하는 곳이었다. 거대한 수사의 소리, 움직임, 연기의 증폭을 거쳐 여인의 감정은 가(歌)로 격상된다. 장현수는 부픈 감정을 실어 백 척의 폭포수 벽을 강 가운데 옮기고 임의 배를 가로막아 함께 있고 싶은 심정을 표현해낸다.

조선조의 정가 '패강가'는 고려요인 '서경별곡'과 견주어진다. 악가무가 분리되지 않던 시절, 느리지만 호흡이 길고 감정이 깊어서 임과 이별하는 여인의 애절하고 순수한 마음이 빛난다. 장현수의 '패강가'는 푸른 절벽이나 버들의 상징을 온전히 가져오는 의상의 과장법 효과와 움직임에 따른 마음 뿌림이 정가와 어울려 엄청난 과장법, 감정의 표현을 보여준다. '패강가'는버드나무 사연 아래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을 낳고, 푸르름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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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성찰하는 내적 성숙으로 창작품의 미학적 승계를 이루어가고 있는 장현수 안무의 '패강가'는 한국무용협회가 제41회 서울무용제(2020.11.04.∽11.20, 아르코 대극장)의 '무념무상(舞念舞想)Ⅱ'(11월 6일(금), 20:00)에 초청된 명작 무용이다. 한국무용협회는 장현수를 '환상적인 춤꾼'(Fantastic Dancing Star)으로서 "한국무용계를 이끌어오며 독보적인 아우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르별 여성 안무가"로 소개하고 있다. '패강가'는 장현수가 아니면 소화해내지 못할 공력이 느껴지는 사랑에 관한 깊이 있는 조감도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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