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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단풍나무 숲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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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목하 가을이 상영 중이다. 사각의 창 너머로 보이는 초등학교 교정의 벚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은행나무가 저마다 색색으로 물든 이파리들을 색종이처럼 뿌려댄다. 초등학교 뒤로 보이는 도봉산은 벌써 절정을 지난 듯 붉게 타던 산빛이 갈색으로 변해 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보고 있자니 오래전에 보았던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뉴욕의 가을'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너무 오래 전에 본 영화라서 스토리는 흐릿해졌지만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린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한 영화포스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뿐만 아니라 가스펠 싱어 이본 워싱턴이 부른 가을의 스산함이 묻어나던 주제가 'Autumn in New York'도 생각난다.

"뉴욕의 가을은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다주고/ 뉴욕의 가을은 종종 상처와 섞어버리네/ 뉴욕의 가을에 황혼 무렵의 건물의 옥상은 반짝이고/ 뉴욕의 가을은 침울한 사람을 들뜨게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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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뉴욕의 가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의 가을도 뉴욕 못지않게 낭만적이고 화려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은 눈길 닿는 곳마다 가을이 묻어난다. 가로수 길을 걷거나 가까이 있는 공원만 찾아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봄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도 꽃처럼 한순간이어서 까딱하면 절정을 놓치기 십상이어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마시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 서둘러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먼 길을 떠나기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보니 가까이에 산이 있다는 게 새삼 큰 축복으로 느껴진다. 날마다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매일 있다는 곰돌이 푸의 말처럼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축복 속에 살아간다. 다만 그것을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가로수 길을 지나 단풍이 절정을 이룬 우이동 계곡을 찾았다. 딱히 산행을 할 계획은 없었다. 다만 단풍이 절정을 지나기 전에 그 풍경 속에 나를 끼워 넣고 싶었다. 우이령을 오르는 길목엔 단풍나무 천지여서 온통 핏빛이다. 햇빛을 받은 단풍잎들이 뿜어내는 선홍의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다. 가을 산을 가장 곱게 수놓는 단풍나무는 세계적으로 약 110여 종에 이를 만큼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도 15종의 단풍나무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신나무, 고로쇠나무, 시닥나무, 단풍나무, 홍단풍, 당단풍, 복자기, 중국단풍, 섬단풍 등이다. 그 중에도 가을 산을 아름답게 수놓는 단풍의 주역은 진짜 단풍나무와 당단풍이다. 진짜 단풍나무는 잎이 5~7개로 깊게 갈라져 있고 당단풍은 잎이 좀 더 크고 가장자리가 덜 깊게 갈라지며 그 수도 9~11개로 더 많다. 애기단풍은 잎의 크기가 작게는 어른 엄지 손톱만한 것부터 크게는 아이 손바닥만 한 것까지 작고 귀여워 붙여진 이름으로 단풍나무의 종류가 아닌 별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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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의 손가락처럼 갈라진 것을 결각(缺刻)이라 한다. 결각이란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흠이라는 뜻이다. 잎이 넓을수록 광합성 생산량을 높이는데 유리한 것을 생각하면 갈라진 잎은 흠이 분명하지만 단풍나무가 많은 결각을 지닌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넓은 잎이 광합성에 유리한 건 맞지만 그 잎에 가려진 다른 잎들은 빛을 받을 수 없게 되어 효율적이지 못하다. 혼자 빛을 받는 것보다 나누어 받는 것이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이익이 된다. 단풍잎의 결각은 빛을 고루 나누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자 나눔과 배려의 흔적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가면서 추운 겨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나눔과 배려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길 건너 참나무 숲에선 무시로 낙엽이 지고 골목엔 바람에 쓸린 낙엽들이 서로 몸을 포개고 있다. 이마를 맞대고 아까부터 소근거리고 있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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