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거래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 대상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 확대 ▲증빙자료 제출대상 확대 ▲법인 거래 신고사항 확대 ▲법인 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거래 신고 시 ‘주택 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기존에는 규제지역에서 3억 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에 해당됐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와 인천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모든 주택 거래에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 것이다.
제출해야 하는 증빙자료에는 예금잔액증명서, 주식거래내역서, 증여·상속세 신고서, 납세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대전, 세종, 청주 일부 지역 등 69곳에 지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광명, 인천 일부 지역, 대구 수성구, 세종 등 48곳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주택 매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 지 정부가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불법 대출이나 편법 증여 등을 걸러내기 위한 취지”라면서 “대통령의 재가와 공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법안이 개인의 사적 재산권과 개인정보 보호법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청원인은 “이번 개정안은 주택 거래를 침체시키고 억제시켜 부동산 가격을 거래 없이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속내가 담겨있는 법안”이라고 꼬집으며 “서민들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법안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와 관련 ‘주택거래허가제’가 부활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전 참여정부가 2003년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일환으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행하기도 전에 사유재산권,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해치는 ‘초헌법적인 발상’이란 시장의 비판에 부딪히며 도입이 보류됐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수도권 내 모든 주택 구입 시 자금 출처를 밝히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 ‘집값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정부가 서울 강남의 집값은 못 잡으면서 비교적 값이 저렴한 집까지 규제해 거래를 더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 투명화를 명분으로 일반인에게 주택거래 장벽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고,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한동안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보기 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도 “자금조달계획 확대 시행으로 정부는 국민의 부동산 거래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문제점을 언급한 뒤 “장기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