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의 첫 타자는 자기 자신이다. 자기 선택이니 ‘희생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자발적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선택과 등쌀에 밀려, 주위의 시선과 인정을 받고자, 남들 사는 만큼은 살아보려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중 다수는 안타깝게도 본인이 열망하는 성공이 사실은 본인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은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건강과 취미, 감정을 훼손하고 외면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을 허물면서 옆에 다른 모래성을 쌓아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한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양보도 수반된다. 한 기업의 대표라면 그의 직원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기업의 성공은 하청업체나 용역업체의 희생이 따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줬으니 시간과 노동력을 받는 것이라 하겠지만, 반대로 그 돈 받고 그 일 하라고 하라면 하겠는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한 부분을 희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나마 희생당하지 않게 하려면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조직이 성장했을 때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비전과 가치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었을 때 시너지가 난다.
성공을 위한 세 영역의 희생이 적으면 적을수록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성공한 사람이 진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몇 해 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북유럽 어느 국가의 벽돌장이와 의사가 생각난다. 각자 자기 직업에 만족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사회와 잘 어우러지고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자기를 위한 시간/공간도 충분했다. 후진국은 어떤가? 세 영역을 아무리 희생시켜도 성공할 확률이 낮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단히 큰 성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 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영역에서든 희생을 수반하게 된다. 분명 주위에 나를 지지하고 지원하고, 나를 위해 희생해주는 누군가가 꼭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정과 감사’이다. 늘 우리 주위를 돌아보고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애쓰고 있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