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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인니·필리핀·태국 등 수도 이전 추진…전문가들 "실패위험 커" 경고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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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한국과 대만, 브라질,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미얀마는 근대국가 수립 이후 수도 이전을 검토했거나 수도를 옮긴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 간 30개국 이상이 수도를 옮겼고, 현재도 40여개국이 수도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수도 이전을 준비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8월 26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東)칼리만탄으로 수도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자카르타의 인구 과밀과 혼잡 때문이다. 자카르타에만 1000만명, 수도권 전체에 3000만명이 거주하며, 이로 인해 자카르타 시내 차량 주행속도는 시속 8∼10㎞로 악명 높은 교통체증으로 인한 연간 7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하수 처리율도 2∼4%에 그쳐 환경오염 문제도 크다는 점이 주요한 요인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저지대 지역인 자카르타는 지하수 과다 개발 등으로 지반이 가라앉고 잦은 침수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계획은 최소 330억 달러(40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의 수도 이전 계획이 성공하려면 3만∼4만㏊의 공간, 90만∼150만 명가량의 거주인구가 필요하다. 황무지에 가까운 지역을 수도로 발돋움시킨 사례는 찾기 어렵지 않다.

브라질도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가 수도가 아닌 브라질리아가 수도다. 설탕 무역 의존도가 높았던 1763년까지는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들이 인접한 살바도르가 수도였고, 이후 금이 경제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주요 탄광지역인 리우데자네이루가 수도가 되었다. 이를 다시 국토 중앙부에 가까운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이전한 것이 1960년이다.

브라질리아는 1956년부터 41개월간 공사를 거쳐 황량한 고원지대를 계획도시로 탈바꿈 시켰다.
나이지리아 역시 지리적 중심으로 수도를 이전했다. 새 수도 아부자는 정치적·인종적으로도 중립지대여서 사하라 이남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옛 수도 라고스에서 수도를 옮기는 좋은 명분이 되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후부터 남부 알마티가 수도였으나 1997년 알마티의 팽창 가능성이 적고, 지진 위험이 크며, 키르기스스탄과 너무 가까워 정정 불안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으로 1200㎞ 떨어진 북부 아크몰라로 옮겼고, ‘하얀 무덤’이라는 뜻의 이름부터 ‘수도’라는 의미의 아스타나로 도시 이름이 변경됐다. 현재는 30년을 장기집권 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이 누르술탄이 되었다. 전형적인 계획도시다.

미얀마는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로 이전했으나 이전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점술가의 영향이라는 소문도 있고 군부가 외국의 침략에 대비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밀림지대로 옮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네피도의 20차선 도로는 유사시 비상활주로로 쓰기 위해 일부러 넓게 만들었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네피도는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수도’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런던의 4배, 뉴욕의 6배 크기이면서 인구는 92만여명 뿐으로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도 수도 이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마닐라에서 뉴클라크시티로 중앙정부기관을 옮기는 방안이 제기됐고,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방콕의 과밀화 문제를 언급하며 수도 이전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던 적이 있다. 이집트는 낙후하고 과밀한 카이로에서 40여㎞ 떨어진 사막에 현대적 도시를 세우는 450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의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도 이전의 역사는 용기를 북돋우기 보다는 경고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성공보다는 실패의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수도에 집중된 행정 기능과 자본을 인위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경우 1973년 수도 이전 결정을 했지만 여전히 많은 관공서와 대사관이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남아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개인적 성과를 만들겠다는 과도한 권력욕이 수도 이전의 동기로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합리적 이유가 결여된 수도 이전은 돈 낭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코트디부아르는 1983년 아비장에서 당시 대통령의 고향인 야무수크로로 수도를 옮겼는데, 여전히 인구 20만명의 작은 도시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경우 새로운 수도는 계획도시 형태로 탄생하게 된다. 세월의 흔적이 녹아 있는 도시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역동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약점이다. 브라질은 너무 외딴 곳에 수도를 만들다 보니 권력 감시·견제가 어려워지고 최근 부패 스캔들이 만연하는 이유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도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을 꾀하고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수도들(Capital Cities): 다양성과 발전 패턴, 이전’의 저자 바딤 로스먼은 "수도가 창출하는 공공재에 대한 각 지방의 균형적 접근 가능성, 영토적·경제적·인종적·종교적 통합성, 이전 비용 등 현실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 계획된 도시가 성공하려면 최소 1세기가 걸린다”며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된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예를 들었다. 1790년 미국의 수도가 된 워싱턴도 20세기가 다 돼서야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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