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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꽃들의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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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도봉산을 바라보곤 한다. 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암봉의 모습이 빼어난 탓도 있지만 날씨가 궁금하여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도봉산이기 때문이다. 흰 바위벽에 아침햇살이 닿아 붉은 빛이 감도는 모습을 보면 새로 운 날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뛰고, 희푸른 아침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기라도 하면 한 폭의 산수화 같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수시로 새로운 모습을 펼쳐 보이는 도봉산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에 늘 감사하며 큰 행운으로 여기며 산다. 한데 장마가 시작되면서 도봉산이 모습을 감추는 날이 잦아졌다. 장마구름이 몰려들면서 구름과 안개가 자주 산을 가리는 까닭이다.

비가 잦아지는 장마가 시작되면 함민복 시인의 ‘이사’라는 시가 생각난다. ‘장마 지려나/ 개미들이 줄 지어 새까맣게 이사를 간다/ 거기서는 잘 살아라’ 개미들이 줄 지어 이사를 하면 비가 온다. 개미들이 습도에 민감해서 본능적으로 비를 예감하고 서둘러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다 아는 얘기이지만 줄 지어 이사 가는 개미를 보고‘거기서는 잘 살아라’하고 덕담을 건네는 시인의 결 고운 측은지심이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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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들면서 자주 비가 내리면서 틈나는 대로 천변에 나가 꽃들의 안부를 묻곤 한다. 개미처럼 비가 온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는 꽃들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바람에 흔들리며 피고 질 따름이다. 요즘 중랑천변엔 접시꽃이 한창이다. 빨강. 분홍,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접시꽃들이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탈진 둑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접시꽃을 배경으로 근심을 잊게 해준다는 원추리 꽃과 부채춤을 연상케 하는 자귀나무 꽃도 피어 눈길을 잡아끈다. 그런가 하면 누가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지들끼리 넉넉히 한 세상 이루어 피는 꽃도 있으니 다른 아닌 개망초다. 계란 프라이를 닮아서 아이들이 달걀꽃이라고도 부르는 개망초는 생명력이 강한 야생화다. 그 외에도 분홍 메꽃, 수레국화, 인동꽃, 패랭이꽃, 능소화까지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참으로 많은 꽃들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꽃들의 안부가 궁금하여 천변을 따라 걷다가 오리 가족을 만났다. 처음 눈에 띈 것은 물 위를 헤엄치고 있는 오리 두 마리였는데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여느 오리들과는 달리 한 자리를 맴돌고 있는 오리들의 모습이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꽥꽥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았다. 주변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물가에 어린 오리새끼들이 오종종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세어 보니 모두 여섯 마리다. 물로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아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어미는 빨리 오라고 성화를 하고 물이 두려운 새끼 오리는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고… 그러다 어느 한순간, 새끼 오리 한 마리가 용감하게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 뒤를 따라서 남은 녀석들도 첨벙첨벙 물로 뛰어 든다. 낯설음도 잠시, 새끼오리들은 곧 익숙한 몸놀림으로 어미를 따라 유유히 헤엄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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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오리들의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리 중에서 처음으로 바다로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을 떠올렸다. 퍼스트 펭귄은 남극의 펭귄들이 먹이사냥을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 하지만 펭귄 한 마리가 용기를 내어 바다로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들도 그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낯선 만큼 두렵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머뭇거릴 수만은 없다. 제아무리 태양이 뜨거워도 능소화는 피어나고, 장맛비에 젖어도 원추리, 접시꽃은 화사함을 잃지 않는다. 힘든 세상이지만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갈 일이다. 그게 삶이리라.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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