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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딸 성적 유혹설'은 거짓…딸들이 아버지 유혹했다는 환상 가져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79회)] 과거는 창작물이다-사실과 환상 구별하기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20-02-25 14:01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조작해 허구를 만들기도 한다. 과거를 재구성해서 현실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조작해 허구를 만들기도 한다. 과거를 재구성해서 현실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마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데 큰 공헌을 한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정신분석 이론을 정립해가는 초기에 큰 오판(誤判)을 했다. 그가 만난 여자 환자들이 거의 대부분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신을 성적으로 유혹했다는 엄청난 사실을 치료 도중 밝힌 것이다. 프로이트는 처음에는 이 진술을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유혹설(誘惑說)’을 주장했다. 이 주장에 의하면, 당시 딸을 가진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딸이 어렸을 때 성(性)적으로 유혹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던 시기에 인간 행동의 가장 기저에 있는 본능은 ‘성욕(性慾)’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그가 이번에는 아버지들이 딸이 어렸을 때 성적으로 유혹을 했다는 주장을 펴자 그동안 참았던 비엔나의 동료 의사들은 말할 것도 없이 신사와 숙녀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아버지가 어린 딸을 유혹한다”는 이 주장을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만약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마치 모든 아버지들이 ‘변태성욕자’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주장을 펴면서 프로이트는 거의 동료와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다. 프로이트 자신은 사회적 고립 때문에 자신이 믿는 것을 포기하거나 수정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유혹설’ 자체는 프로이트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소수의 아버지라면 몰라도 어떻게 대부분의 아버지가 딸들을 성적으로 유혹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프로이트 자신도 딸을 키우는 아버지인데, 자신이 딸을 유혹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프로이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들이 딸을 실제로 유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딸들이 아버지가 자신을 유혹했다는 ‘환상(幻想)’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아버지가 자신을 유혹했다는 기억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딸들이 그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꾸며낸 주관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그는 ‘유혹설’을 버리고 ‘환상설’로 대체하였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과거를 재창조해 낸다는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됐다.

이런 오판을 통해 프로이트는 딸들이 그런 환상을 가지게 되는 심리적 기제를 밝히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유명한 ‘외디퍼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는 이론이 탄생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자신과 동성의 부모를 미워하고, 동시에 이성 부모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한다.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 딸들은 아버지가 성적으로 자신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아버지에게 돌리면서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딸 성폭행 거짓 뉴스도 발생
종교집단 지도자 사역 프로 통해 세뇌

최근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 종교집단에서 딸들에게 강요하여 아버지가 자신들을 성폭행했다고 고백하게 만들고, 아버지를 검찰에 고발하게 했다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종교집단에 빠진 세 딸들이 집단 지도자들의 세뇌에 가까운 추궁과 암시에 의해 결국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호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였다는 것이다. 세 자매의 증언에 의하면 종교집단의 지도자들이 '사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을 진행했고, '성적인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구원 받지 못한다면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잘못된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집요한 추궁에 의해 딸들은 프로이트 시대의 신경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처럼 아버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터무니없는 기억을 해냈다. 그리고 이 기억을 사실로 믿게 되었다. 물론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줄 증거도 없었다. 특히 당시 중절수술까지 받았다고 진술한 둘째 딸은 산부인과의 진료 결과 오히려 성 경험이 없는 '처녀'라는 것이 밝혀져 이 기억들이 허구인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행스럽게도 이 세 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세뇌에 의해 틀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종교집단에서 벗어나 가정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집단에는 삼촌이 자기를 성폭행했다고 믿으며 고발을 한 여성이 속해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 삼촌도 증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무고(誣告)인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예상외로 쉽게 조작되거나 외부의 영향으로 편집되어 그 진위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쉽게 다양한 증거를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중에 몇 개가 진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생존해 계시는 어머니에게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머니가 아시는 사실과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달라 황당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의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는 쉽게 조작되거나 허구(虛構)로 만들어질 수 있다. 상담을 하다보면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과거 자신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물론 상담 상황 하에서는 내담자가 말하는 과거가 사실인지 아닌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사실 여부를 떠나 내담자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양식(樣式) 자체가 현재를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의 현재는 정밀하게 재구성된 과거 위에 구축된 가건물과도 같다. 그리고 그 과거는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다. 또한 과거가 재구성되면 현재의 삶도 달라지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도 또한 달라진다. 과거를 재구성해서 현실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세가 넘은 한 남자가 자신은 아버지에게 한 번도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했는지 그 증거를 줄줄이 대기 시작했다. 실컷 그 증거를 나열하게 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기억들이 충분히 표현된 후, 이번에는 아버지와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완강하게 주장하였지만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 가던 그는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외쳤다. “아버지가 대학교 때 나에게 비싼 노트북 컴퓨터를 사 주셨어요.” 그리고는 “왜 이 일이 지금까지 기억이 안 났을까요?”라고 자신도 의아해했다. 그 후 더 많은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결국 “아버지도 나름대로 나를 사랑하셨다”라고 고백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후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마음은 한 대상에 대한 정서와 인지가 일치되도록 작동한다. 한 대상에 대해 정서적으로 싫으면 그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이었던 일들만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좋았던 기억들은 억누르게 된다. 그래야 싫어하는 자신의 감정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상대가 좋으면 좋은 일들만 기억된다. 그리고 나쁜 기억들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곡된 기억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현실검증(現實檢證)’을 해야 한다. 위의 딸들의 경우처럼 산부인과에 가서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둘째 딸의 경우처럼 아직 성경험 자체가 없는 것이 판명될 경우 아버지의 성폭행에 의해 중절수술까지 받았다는 잘못된 기억은 객관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

위대한 심리학자 프로이트까지 속일 수 있는 환상에 의해 우리의 삶은 그나마 평온하게 유지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삶은 미성숙한 삶이다.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비록 현실이 힘들더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결과가 비록 우리가 믿고 싶었던 것과는 다를지라도 현실검증을 통해 객관적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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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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