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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파나소닉, 올해 실적 전망 줄줄이 하향…다시 침체 늪으로

TV·에어컨 등 영광을 이끈 가전 사업 부진 계속
자동차 사업도 작년 3분기 121억엔 영업적자
취임 8년째 쓰가 사장 수익 정체로 최대 곤경

조민성 기자

기사입력 : 2020-02-26 14:00

파나소닉이 경쟁력 저하와 사업 부진으로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파나소닉이 경쟁력 저하와 사업 부진으로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쓰가 가즈히로(津賀一宏) 파나소닉 사장이 발표한 신년사에는 낙관적인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럴 만도 하다. 파나소닉이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주간현대가 지적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27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전통 기업의 2020년 3분기 실적 전망은 매출액 7조7000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 엔이나 줄고, 영업이익은 약 3000억 엔으로, 1100억 엔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쓰가 사장은 사원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고 스스로 극복할 방법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도 도대체 이 회사를 어디로 이끌면 좋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加谷珪一)는 "TV나 에어컨 등 파나소닉의 영광을 떠받쳤던 가전 사업의 부진이 계속되고 가전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 자동차 사업도 2019년 3월 분기는 121억 엔의 영업적자가 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쓰가 사장이 적자 사업인 액정 패널과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부정적인 얘기만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기업의 쇠락이다. 올해 취임 8년째가 되는 쓰가 사장이 최대의 곤경을 맞고 있다.

오사카대학 기초 공학부를 졸업한 후, 마쓰시타전기에 입사한 쓰가 사장은 멀티미디어 개발센터 소장, 자동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오토모티브시스템즈 사장 등을 역임하고 2012년 6월 파나소닉 사장에 취임한다.
부하 직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전 파나소닉의 히라카와 노리요시 씨는 쓰가 사장을 "실적이 나쁠 때에는 부하를 꾸짖는 것이 아니라 '숨기지 말고 진짜 숫자를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상황을 파악한 뒤 최선을 다하자'고 고무하는 등 냉정하면서도 인정 많은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2011년도에 약 7500억 엔의 대규모 적자에 빠진 파나소닉을 6년 후 약 2400억 엔의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하며 부실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경영부진의 원흉이었던 플라스마 패널 생산을 중단해 적자 확대를 막았고 자동차 사업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이 V자 회복의 요인이다. 디지털 기술에 밝은 쓰가 사장이 아니면 이러한 개혁은 할 수 없었다는 게 히라카와 씨의 견해다.

그러나 거침없는 진격은 거기까지였다. 2018년 이후 다시 실적 부진으로 빠져 들었다.

중국·한국의 신흥 가전 메이커의 부상에 의한 가전 사업의 수익 정체, 집중 투자해 온 자동차 사업의 둔화, 구글이나 애플 등 거대 IT기업에 빼앗기는 데이터 시장 등 침체의 이유는 많다.

전 펜탁스 사장으로 현재는 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는 익스칼리버사 우라노 후미오 대표는 "파나소닉의 곤경에 대해 웃을 수 있는 기업은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시아의 신흥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까 등 파나소닉이 안고 있는 고민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일본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디카 분야에서도, 소니 이외에 건강한 일본 기업은 없다는 게 우라노 대표의 진단이다.

게다가 파나소닉과 같은 거대 조직의 경우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분야가 한두 개 없으면 조직을 유지할 수 없다. 벤처기업처럼 독특한 가전이 하나가 히트한다고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화와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1위를 차지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파나소닉의 간부에 따르면 "쓰가 사장은 최근 말버릇처럼 말끝에 '~라고 믿고 있다'라고 붙인다"며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는 고뇌가 배어 있다"고 말했다.

쓰가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과거 대규모 적자를 냈던 소니는 인원을 정리해 사원수를 18만 명에서 12만 명까지 줄였다. 소니와 비슷한 매출액인데도 파나소닉은 그 배 이상의 직원이 있어 비용이 많이 들고 이익률이 낮아진다. 그것이 경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쓰가 사장이 공장이나 사업 구조조정은 진행했지만 조직을 슬림화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굴레를 대담하게 끊는 것이 경영자의 임무지만 퇴직하는 간부에게 친필의 감사장을 쓰는 온정형의 쓰가 사장에게는 대규모 인원 정리를 진행시키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2000년대 초반 파나소닉은 나카무라 쿠니오 사장 아래 1만3000명 감원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실적은 회복했지만 '사람을 소중히 한다'라는 창업 이념을 휴지처럼 버린 것으로 사원의 사기는 저하됐다. 이 점은 쓰가 사장에게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종업원뿐만이 아니다.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전국 1만5000개의 파나소닉 점포도 무거운 부담이다.

매년 초여름에는 호텔 등으로 연매출 상위 판매점을 초청해 감사장 증정식이 열린다. 쓰가 사장 이하 간부가 죽 늘어서서 판매점주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점주는 "2년 전에는 가수 마에카와 키요시가 등장해 노래를 불렀다. 대접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의 파나소닉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가수가 노래할 때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석자조차 비판하지만 창업자인 마쓰시타 코노스케 시대부터 회사를 지지해 온 '거리의 전기 가게'를 얕볼 수는 없다.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가전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거대한 조직에는 밖에서 몰려오는 사람 또한 많다.

마쓰시타전기 연구소장을 지낸 니시노기술사사무소 니시노 아쓰이 대표는 "파나소닉에는 듣기 좋은 제안을 하는 싱크탱크(두뇌집단)가 찾아온다"라며 "본사에서 여러번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화 제안이 왔는데 그런 건 회사나 소비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안의 대부분은 얼핏 시대에 입각했지만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았을 뿐 내용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쓰가 사장은 생활 업데이트라는 말을 내걸고 가전을 인터넷에 연결해 늘 최신 기능으로 갱신하는 가전의 IoT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도 외부 싱크탱크가 만든 말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쓰가 사장의 입장에서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재 중국·동북아 사업의 책임자 혼마 테츠로, 자동차 사업 책임자 쿠스미 유키 등의 이름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지만 뛰어난 업적과 공로가 없으면 쉽게 사장 자리를 맡길 수도 없다.

또 하나의 고뇌가 코노스케이즘의 굴레다. 창업자의 의지나 사상을 계승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었다.

구글, 아마존 등과 겨루는 시대의 경영자에게 있어서는 '코노스케이즘'은 역사의 유물이다. 오랜 세월 가전 업계를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오오니시 야스유키 씨도 이렇게 말한다.

파나소닉 생존의 최대 포인트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거대 기업은 몇억 명, 몇십억 명이 인터넷을 통해 모이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그런데 파나소닉은 그쪽으로 나아가지 않고, 통신망에 연결되는 가전 사업이라고 하는 어중간한 방향에 힘을 쏟는다. 마쓰시타 코노스케가 가전을 중시하고 있던 전통 때문에 '우선 가전을 전제로' 사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시대에 인터넷은 없었으니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하면 되는데 창업자의 가르침과 사상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한 나머지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오오니시 씨는 파나소닉이 과거에도 같은 오류를 범했던 것을 지적한다.

"1990년 당시 사장이던 타니이 아키오 씨가 유니버설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 미디어 대기업 MCA를 61억 달러에 인수했다. 백색 가전 중심이었던 마쓰시타전기를 소프트웨어 계열의 회사로 대체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타니이 사장의 뒤를 이은 모리시타 요이치 사장은 고노스케의 사위인 마쓰시타 쇼지 회장의 뜻에 따라 이 소프트웨어 노선을 부정하고 MCA를 매각했다. 그리고 원래의 철학은 물건 만들기에 있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브라운관 TV 사업을 강화한다. 이것이 두고두고 마쓰시타를 괴롭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후에 MCA가 사명을 변경해 일본에 건설한 테마파크가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MCA를 잘 경영했다면 소니와 같이 디지털이나 인터넷에 대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오오니시 씨는 지적한다.

플라스마 패널 사업 철수를 시작으로 전임자들의 실패의 뒷감당을 강요받았던 쓰가 사장이지만 미래를 향한 솜씨를 발휘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탑재용 리튬이온전지 생산이다.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미 테슬라와 협력해 2000억 엔 이상을 쏟아 붓고 테슬라 전기차 탑재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 네바다 주에 건설했다.

파나소닉의 한 간부는 "쓰가 사장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메일로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사이다. 이런 밀월 관계가 있기 때문에 쓰가 사장 외에 파나소닉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희미한 희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테슬라의 생산속도가 느려 아직 예상했던 수익을 얻지 못한 데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에 파나소닉 배터리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전기차에 파나소닉 전지를 탑재할 수 있으면 전지 사업의 가능성은 열렸겠지만 돌연 다른 메이커의 전지를 사용한다고 통보해 왔다. 아마 테슬라는 중국 정부를 배려해 중국 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명운이 미국의 신흥 기업에 좌우되는 모양새다. 신흥 기업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이 이 회사 쇠락의 증거이자 급변하는 환경을 대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8년, 창업 100년 이상 된 전통 기업의 도산 건수가 465건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아무리 오랜 역사가 있어도 퇴장을 해야 하는 시대다. 파나소닉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싸게 널리 전달함으로써 이 나라를 풍요롭게 해 왔지만 그 사명을 끝내는 날은 갑자기 올지도 모른다고 우라노 씨는 말했다.

시대마다 그 기업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고, 그 역할을 마치면 다음 기업에 자연스럽게 바통이 넘어간다. 그렇게 비즈니스의 세계는 돌아갔다. 우라노 씨는 체력이 남아 있는 지금 파나소닉은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한 큰 사업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을 찾지 못하면 그 바통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나소닉은 27만 명의 운명을 짊어지며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나 소셜커머스 기업과 경쟁해 이기기 위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쓰가 사장이 여기서 포기할 경우 '파나소닉을 버렸다'는 오명까지 쓸 수 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사업 얘기를 생각하면 불안하고 하루 3시간 반밖에 못 잤다고 한다. 쓰가 사장 역시 그런 중압 속에 벌써 8년이 지났다. 고독한 고뇌를 안고 쓰가 사장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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