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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한국인 매니저로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남기

백 마디 말보다 한 걸음 실행이 중요하다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0-02-13 12:00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전무님! 말이 좋아 인사담당이지 정말 혼쭐났습니다. 생각과 말이 달라서 리더십도 다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신입사원이 무슨 리더십을 발휘할 일이 있겠느냐고도 생각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취업한 윤찬수(가명)씨가 인터넷으로 질문해왔다.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GYBM)과정 출신으로 동남아 4개국에 취업해 현지에서 3년차 이상 근무한 사람을 대상으로 수시로 애로점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글의 소재를 찾는 중에 이런 글이 왔다. 그러면서 소개할 만한 내용이 될지 물었다.
GYBM의 교육과정은 연수종료와 동시에 취업해 10여 년 열심히 해서 저축도 하며 일도 배우고 궁극으로 본인 사업으로 창업해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토록 하는 경력지도(Career Road Map)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자면 현지에 진출한 제조업의 한국 중견 기업과 중소 기업에 취업한다. 그래야 짧은 기간에 다양한 일을 대하며 책임 있는 일을 하니 한국에 취업하는 것보다 적어도 3~4배 빠르게 일을 배우는 효과가 나온다.

나라에 따라서는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형편에 따라 취업자리가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한국 대기업에서 진출한 현지법인이나 제조 공장에도 취업한다. 윤찬수 씨는 인도네시아 3기로 2017년 8월에서 2018년 5월까지 10개월간 한국의 연수원과 인도네시아 반둥의 UPI에서 연수받고 6월에 취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이자 한국 최고 대기업의 현지 합작제조회사 ‘K사(가칭)’에서 취업한 지 한 달 시점에 겪은 홍역이라고 한다.

해외의 대기업, 그것도 제조공장에 근무하며 겪은 경험도 상당히 소중한 내용이 있으리라는 짐작으로 직접 글을 받아 정리했다. 다음은 그의 글이다.

GYBM에서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대망의 첫 출근 날은 다소 무겁고 긴장감도 큰 6월 말이었다. 회사 유니폼과 임시 사원증을 지급받고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뭔지 모를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1년 반이나 지난 지금은 벌써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아는 사이가 됐지만 당시는 ‘나이 어린 한국인 매니저’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가 없는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이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풋내기가 매니저 직함에 자기들보다 몇 배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하면 나라도 시선이 좋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제일로 당황스러운 것은 배치받은 인사부에 한국인은 본사파견 주재원인 부장 딱 한 분이 있었다ㅣ 유일한 현지 채용 스태프 직원으로 부장님과 둘이서 150명이나 되는 주재원들의 복리후생 등 인사업무와 각종 총무업무, 본사 대응 업무, 의전업무까지 책임지는 꽤 막중하고 책임 있는 자리였다.

전임자와 2주간의 인수인계가 있었지만 찰나와 같이 지나갔고, 실무에 본격 뛰어들었을 때는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었다. 분명 입사 2주차 신입사원인데 업무의 강도는 대리, 과장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 제일 힘든 것은 현지직원들의 탐탁지 않은 눈빛이었다. 부서 내에 한국 사람이 없으니 각종 업무를 처리할 때 현지직원들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할 때가 많았는데 도와준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되레 ‘네 일이니 알아서 해봐라’며 왕따가 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처음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감’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신뢰를 얻고자 했다. 제일 먼저 마음을 열어준 것은 옆자리에 있는 고졸사원이었다. 회사에서 배정해준 차량을 타고 출퇴근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그 친구의 오토바이 뒷자리를 얻어 타고 같이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며 속내를 터놓으며 이야기도 나눴다. 처음으로 그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차갑게 대한 이유는 역시 신입사원인데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관리자 자리에 앉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러한 불만을 알고 난 이후에 이들에게 업무에서나 인간으로나 신뢰를 얻기 위해 업무의 가장 ‘밑단부터 함께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본사 신임 회장님이 취임 후 첫 해외법인 방문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에 오신다는 말을 들었다. 공장전체가 회장님을 맞이하는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발등에 불이 가장 먼저 떨어진 부서는 우리 인사부와 총무부였다. 오히려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현지직원들과 함께 발로 뛰며 업무를 챙겼다. 그룹의 새로운 비전과 슬로건을 회사 곳곳에 붙이는 작업과 시내의 플랜카드 제작업체를 방문해 발주하고 규격을 확인하는 등 다소 사소해 보이는 업무 등 세세한 것까지 직원들과 같이 직접 했다. 오토바이를 같이 타고 시내로 오가다가 위험한 일도 당했고, 현지인 식사도 같이 하곤 했다. 다행히 입사 전 1년간 배운 현지어 실력을 톡톡히 써 먹었다. 거의 한 달 반을 그렇게 지내니 알 수 없는 동지애와 유대감이 생겼다.

한 직원의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나는 항상 한국인 매니저들은 컴퓨터 앞에서 서류만 만드는 줄 알았다. 미스터 제리(본인의 인니이름) 같이 현장에 나와서 땀 흘리며 같이 한 매니저는 없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회장님의 법인 방문은 순조롭게 끝났다. 그 이후로부터 컴퓨터 앞에서 지시만 하기보다는 한번이라도 더 발로 뛰며, 실무차원에서부터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매니저’라는 직함에는 역량이 모자라지만 팀이나 조직을 관리할 때 밑단의 일을 알고 있는 상사와 그렇지 않은 상사는 일하는 디테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지직원들과 같이 호흡하며 힘든 일과 즐거운 일을 함께 나누는 진정성을 나누니 웬만한 일들은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매일매일이 치열하고 힘든 해외생활이지만 확실히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고 또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 인도네시아에 와 자리 잡을 때까지 지낸 수많은 순간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모든 것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로 인사드리고 싶다.

보내 온 글을 마감하면서 부쩍 성장한 그의 모습에 감사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은 세상사의 기본 이치인 듯하다. 그래서 성장통(成長痛)이라는 이율배반의 단어가 존재한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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