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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백지라는 '쓸거리' 자유 앞에서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기사입력 : 2019-11-1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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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비즈니스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대부분 주제와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시작은 어려움이 없다. 관련된 사실과 정보들을 취합하면 된다. 이후 그것들을 정리해 논리적으로 나열하고, 그러면서 떠오르는 내 생각과 주장을 보태면 된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쓸거리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이다. 우리는 자유를 절대적인 선(善)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불안감을 느끼거나 매 순간의 결정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가 주어지면 그만큼 책임지고 감내해야 할 부분도 커진다.
필자는 자율근무를 하고 있어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의 제약이 없다. 10년을 일반 직장에서 생활했던 터라 처음에는 자유로운 삶 앞에 설레임이 컸고, 주위의 호기심이나 부러움도 많이 샀다. 막상 하루하루를 지내보니 모든 하루를 내가 만들어간다는 사실이 큰 부담과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내도 좋지만 결국 '결과'는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항목이 주어지고 빈 칸을 채워 넣으면 되는 삶이 아닌, 백지 위에 펜 하나 주어진 막막하고 짜릿한 자유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괜찮은 날도 있었고, 무기력한 날도 있었고, 컨디션은 좋지만 결과가 안좋은 때가 있는가 하면, 일은 정신없이 흘러가는데 내가 없는 날도 많았다. 제대로 백지를 채우지 못하는 느낌에 주위 자유지식노동자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글쓰기도 처음에는 선지자에게 지혜를 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스스로 창의적인 무엇을 발현해 내는 것은 많은 경험과 오랜 훈련을 거치고 난 후에야 가능하다. 소설가 김훈 선생은 작은 섬에 사전 외에 단 한권의 책도 없이 주위를 거닐고 관찰하고 사색하며 원고를 써내려 간다고도 했건만, 나 같은 사람은 긴 시간을 끙끙대봐야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어 책을 펼치고 만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 조금이라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지혜의 키를 가진 때문이다.

주제를 정할 때에는 평소 읽었던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의 제목이나 문장이 있으면 다시 찾아보면 좋다. 기억에 남았다는 것은 그 만큼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마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나란히 서 있는 책 앞에 서서 제목들을 훑어봐도 좋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제목이 있다면 펼쳐서 목차를 보고 마음이 가는 곳부터 읽어보면 된다.

좋은 책이라면 그 무엇을 읽더라도 읽는 글 속에서 저자(주인공)의 생각이 보이고, 그것에 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그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들이 생겨난다.
결국 거인의 어깨를 빌리기는 했으나 모든 단계마다 나의 생각이나 판단이 들어간다. 어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설지, 어느 방향을 바라볼지, 그렇게 내가 발견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매 순간 이렇게 내 생각을 해야 '나의 글'을 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올라선 거인의 모습을 흉내 내거나, 거인의 크기를 자신의 크기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평소 자주 백지 앞에 나를 두고 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안에서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어디든 떠돌아 다니는 유목민도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지나감에 따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도 글도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 안에서 최소한의 일정한 규칙을 만들고 지켜나가야 완벽한 자유-방종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결국 꾸준히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송나라 시절의 유명 문인인 구양수(歐陽脩)가 글을 잘 쓰려면 '많이 보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삼다설(三多說)은 글쓰기에 대한 글에 흔히 인용이 되거니와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대부분의 주장과 생각들은 크게 여기서 벗어남이 없다. 나 역시도 늘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이 세가지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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