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이 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자 재계에서는 ‘국내 산업 전반을 불구로 만들 핵폭탄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硏 “韓 반도체, 일본에 절대 열위…화이트리스트 제외, 국내 경제 위협”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한·일 주요 산업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화학·자동차 부품 등 48개 주요 수입 품목이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액 중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반도체 산업 전체로 보면 최근 일본에 대한 경쟁력이 급속하게 나빠져 한국이 일본에 대해 절대 열위에 있다”면서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일본의 1차 규제로 포토레지스터,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던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규제 품목에 실리콘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이 새롭게 추가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기초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는 현재 일본산 비중이 60~80%에 이른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 난도가 높은 최첨단 제품에 일본산 웨이퍼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블랭크 마스크(석영유리기판)·섀도마스크 역시 수출 제한 목록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지난해 기준 일본산 포토마스크와 블랭크마스크 비중이 각각 74.6%, 65.5%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일본이 이들 소재 수출에 딴지를 걸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큰 차질이 벌어질 수 있고 특히 EUV(극자외선)를 통한 비메모리 분야 정상 등극을 노리는 삼성전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조선 업계 “수출규제 확대 타격 미미”
이에 반해 아직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한 직접 타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해운·조선 업계는 일단 한일 무역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은 부품에 대한 국산화율이 높은 사업 중 하나다. 선박 건조 때 엔진구입비용이 건조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국내 조선소에서는 현대엔진 또는 HSD엔진(구 두산엔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선박에 탑재되는 기자재 역시 대부분 국내 중소업체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해운업계는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일본과 아시아 노선을 공유하고 있는 해운사에 한해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따른 타격이 다소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만학·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