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함께 쓰기란, 파트를 정해서 각자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글을 여러 명이 함께 검토하고 수정하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 글쓰기」에서 강원국씨가 설명한 참여정부 연설비서관실의 독회(讀會)제도 같은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작성하거나 구술한 내용을 누군가 받아 적은 초안이 완성되면, 비서관들과 대통령이 함께 모여 글을 놓고 토론을 벌이며 수정해 나간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의 사진 중에도 연설문 작성팀장 등과 격의 없이 머리를 맞대고 문구를 수정하거나 토론하는 장면이 많다고 한다.
첫째, 부담을 던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첫 문장만 몇 번을 쓰고 지우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가 쓰고 난 후에도 함께 검토하고 수정해줄 동료가 있다고 상기하면 술술 써내려 갈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는 부담은 글과 글쓴이를 망친다. 동료의 존재를 상기하는 것 만으로도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최종독자의 부정적인 반응을 지레 예측하고 움츠러들어 서술해야 할 것을 놓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동료들과 논의하다 보면 기우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생길 확률이 내려간다. 비문이나 오탈자 등 사소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는 글을 쓰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는다. 동료와 함께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혼자 쓴 글은 개인의 생각에만 머무를 수 있다. 혼자 쓰는 데 집중하다 지금 해야 할 그리고 최종 도달해야 할 지점을 잊게 된다. 그러나 함께 쓴 글은 조직의 생각, 조직의 비전을 나타낸다. 단순히 글의 외형적 측면(문단의 구성, 문장력, 오탈자 등)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해 토론하면서,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함께 합의하고 완성해 나갈 수 있다.
함께 쓰기는 내부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또 이것들을 쌓을 기회이다. 구성원은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비난하거나 묵살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발언할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이 자신의 글을 진지하게 읽고 발전적인 의견을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구성원의 의견을 기대하고 반영할 수 있다. 이런 신뢰 속에서 평소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면, 글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글을 위한 커뮤니케이션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