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27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이사회에서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구주 1주당 신주 0.699주가 배정되며, 신주 3012만482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에도 전체 발행 물량의 10%인 301만2048주를 배정했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 중 1천억원을 차세대 원장시스템 도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본 확충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신용도 체력은 좋아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현대차증권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여파로 13.07% 하락한 765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시가총액은 2426억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735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증자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대거 참여한다.
현대차증권 계열사 주주 중에서는 현대차가 25.43%, 현대모비스가 15.71%, 기아가 4.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상증자에 배정받은 물량의 100%를 청약한다고 밝혔는데 출자 규모는 375억원 수준이다.
기아 및 현대모비스는 향후 이사회 결과를 통해 최종 참여 여부 및 청약 수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 중 1000억원을 차세대 원장시스템 도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의 원장시스템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퇴직연금시스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 등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이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시 플랫폼의 속도, 정확성 등이 높아지고 정보 활용성도 높아져 전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증권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대해 "미래 금융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 중 775억원은 2019년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225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유상증자 배경에는 기업금융(IB)이 주요 수익원이 되면서 대형사 중심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금융상품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도 깔렸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본경쟁력 열위에 따라 대형사와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증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그를 통한 사업 확대, 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다음달 중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2931억원으로, 업계 15위다. 이번 증자로 자기자본은 1조4931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증자로 그동안 제기돼온 신용도 하락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현대차증권에 관해 "이번 조처는 자본 적정성 지표를 올리고 수익 기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며 회사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신평은 이날 보고서에서 "유상증자로 순자본비율이 479.2%에서 636.4%로 증가하고 연결 조정 순자본비율도 229.2%에서 266.0%로 개선된다. 대형 증권사의 수익 토대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위험인수 능력이 제고돼 새 영업활동을 확대해 수익 기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단 유상증자가 현 신용등급(장기 AA-/안정적)에 미칠 즉각적 영향은 없다고 했다.
유상증자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이미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과 관련한 대손 부담이 있어, 호재가 이런 위험 요인을 상쇄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