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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톺아보기] 해상풍력 생태계, 한일이 함께 만들 수 있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해상풍력 부품기업은 주문이 확실해야 공장을 짓고, 공장이 준비돼야 발전단지가 착공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해상풍력 산업이 마주한 과제이자, 양국이 공동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월 13~15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글로벌 해상풍력 서밋(GOWS-J) 한일 공동세션에서 한국 측은 협력의 잠재력을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구체적 공동실증 프로젝트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필자는 협력을 양국 전력망과 수소망 연결로 확장하고, 이 바다를 동해나 일본해가 아닌 ‘동아시아 지중해’로 인식해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쓰비시상사는 지난해 8월 일본 내 세 해역 풍력 사업에서 철수했다. 공급망 제약, 물가 상승, 환율·금리 변화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업자로 선정되고 바다를 확보해도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과 금융, 수익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발전 목표가 현실이 된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올해 1월 나가사키현 고토 앞바다에서는 16.8MW 규모의 일본 첫 상업용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운전을 시작했다. 거친 바다에서 설비를 운영·정비하는 실증 경험이 쌓이고, 건설과 운영에 지역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시장을 산업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사업만 기다리는 부품기업은 인허가나 발주가 지연되면 설비와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양국 사업에 참여하면 주문 기회가 넓어지고, 발전사업자에게도 공급망 선택지가 늘어난다. 협력의 경제적 가치는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고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한국의 조선·해양플랜트 제작 기반과 일본의 소재·부품, 해양토목, 사업개발 역량이 출발점이다. 다만 역할을 국가별로 고착화할 필요는 없다. 품질과 납기, 전체 사업비를 기준으로 가장 적합한 기업이 참여하면 된다.

부유식 해상풍력에서는 협력이 더 중요하다. 부유체와 계류장치, 전력케이블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부유체를 싸게 만들어도 운송·설치가 어렵거나 정비 비용이 크면 경제성은 무너진다. 협력도 개별 부품 수출을 넘어 설계부터 제작·설치·운영까지 연결해 설계해야 한다.

울산과 나가사키는 이를 구체화할 지역이다. 울산의 조선·해양 제조 기반과 나가사키의 부유식 풍력 운영 경험을 연결해 계류 부품, 부식 방지, 해상 검사·정비처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부터 공동실증과 검증에 나설 만하다. 현장에서 성능을 입증하고 납품 실적을 확보해야 다음 사업 진출의 발판이 생긴다.

중소 공급기업의 성장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조선 기자재를 잘 만들던 기업도 해상풍력에서는 새로운 인증과 품질보증, 납품 실적을 요구받는다. 시험·인증 비용을 들여도 첫 구매자가 없으면 진입하기 어렵다. 발전사업자와 주요 기자재 기업이 필요한 규격을 제시하고, 공공 지원기관이 시험·인증을 도우며, 검증된 제품을 실제 사업에서 구매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업 지원의 성과는 상담 건수가 아니라 첫 납품과 후속 수주로 확인해야 한다.

공동 공급망의 기반은 예측 가능한 발주다. 양국의 계획 사업을 인허가, 계통 접속, 자금 조달 진척도에 따라 구분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사업의 구매 수요부터 연결해야 한다. 발표된 발전용량을 모두 확정된 일감으로 계산하면 과잉투자를 부른다. 항만과 작업 선박 연계도 이동 거리, 기상 조건, 항만 시설과 작업 규정을 따져 실질적 경제성이 확인되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운영 단계에서는 공동 인력 양성과 디지털 정비 기술 개발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

협력의 규칙도 명확해야 한다. 공동개발 기술의 지식재산권, 품질보증, 공기 지연 책임과 비용 상승 분담 기준을 초기 계약에 담고, 지역사회·어업인과의 상생 이익 공유 모델도 구체화해야 한다. 이렇게 다져진 신뢰가 다음 계약과 투자로 이어진다.

시급한 첫걸음은 양국 기업이 함께 뛸 공동실증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것이다. 실행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서 공동 조달 품목을 정하고, 공급기업의 시험·인증과 첫 납품 실적을 연결하자. 여기서 축적된 제작·운영 실적은 글로벌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울산과 나가사키의 실증 협력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국경을 넘는 전력망과 청정 수소망으로 이어질 때, 이 바다는 경계를 넘어 번영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지중해’이자 견고한 경제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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