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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늑장·반쪽 대응에 흔들리는 K-반도체 위상

김영민 기자

기사입력 : 2022-12-21 08:00

김영민 산업부 부국장
김영민 산업부 부국장
산업 전반을 담당하는 산업부 데스크로서 올해 가장 걱정했던 분야를 꼽으라면 바로 '반도체'다. 내년에도 그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1974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1990년대부터는 수출 품목 가운데 1위를 놓치지 않는 국내 대표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전체 수출 중 20%가 넘는 비중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K-반도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1위를 호령하던 K-반도체는 각국의 공세와 경기 침체라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으며 서서히 밀리고 있다. 반도체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바뀌면서 반도체 주도권을 갖겠다는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공세 또한 거세지고 있다. K-반도체의 위기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대만,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관련 산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각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앞다퉈 내놓고,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반도체 대전(大戰)이 펼쳐지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올 3분기 삼성전자는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줬고, SK하이닉스도 퀄컴에 밀려 4위를 기록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는 대만의 TSMC가 선두를 달리고 삼성전자가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양사의 점유율 간극이 올 2분기 37.0%포인트에서 3분기에는 40.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중국 SMIC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산업의 경쟁 구도에서 ‘영원한 1위’도 없지만 2위 자리를 뺏기는 것도 순식간이다.

K-반도체가 더 걱정되는 이유는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경쟁 국가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 키우기 전략은 이미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 제정을 통해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총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시설·장비 투자에 25%의 세액공제를 해주며 독려한다.

중국도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책을 실행하고 있다. 총 1조위안(약 187조원)을 투자해 미국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대만은 첨단 공정 개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 장비·소재 국산화 등 정부와 기업의 협공을 통해 주도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국에 비해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기대를 걸었던 K칩스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국회에서 표류하며 시간만 질질 끌더니 결국 반쪽짜리 통과가 이뤄지며 업계의 한숨만 더 깊어지게 했다.

K칩스법의 핵심인 세액공제 확대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미국이 세액공제 25%를 내세워 글로벌 주요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싹쓸이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공제율 8%를 고수하면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꼴이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나라 반도체 인재들의 해외 이탈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석·박사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K-반도체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다.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동안 K-반도체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인 만큼 지금보다 몇 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해서는 1위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또 정부와 기업의 궁합이 잘 맞을 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김영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osteve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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