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M세대라는 이름을 붙인 이, Z세대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누구일까. 관련된 학문과 이론을 쏟아내는 이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우리 모두를 세대로 구분해 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일 문제인 건 세대가 다르다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에 대해 알려는 노력의 부재(不在)가 아닐까. 상대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어서, 저 사람의 예측 불가능함이 나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만 안겨줄 것 같아서, 더 나아가 그 노력이 나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물리적·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 아닐까.
인지행동 심리학에서는 한 사람의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은 그가 가진 비합리적이고 역기능적인 사고 및 행동 때문이라고 본다. 즉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만났을 때 그에 대한 해석과 결론이 비합리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자동적 사고의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이 자동적 사고의 여러 오류 중 '명명하기(Labeling)'가 있다. '저 사람은 말이 안 통해', '나는 실패자야' 같은 생각처럼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한 가지 특성만을 토대로 안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물론 이 자동적 사고는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를 다루면서 인지행동 치료의 관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론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입해도 어느 정도는 명명하기와 같은 자동적 사고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후배나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MZ세대라서 그래'라고 딱지를 붙이며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선배, 상사들. 반대로 선배, 상사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쓴소리나 잔소리를 들으면 '저 사람은 꼰대야'라고 딱지를 붙이고는 말 한마디 섞으려 하지 않는 구성원. 그 마음에는 사실 상대방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두려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어디로 튈지 도저히 모르겠어.'
그냥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대화일지도 모른다. 선배들의 핫플레이스는 어디인지, 부장님은 매일매일 20년간 하는 출근이 괜찮은지, 대체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건 어떤 힘으로 가능한지, 반대로 후배가 이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꿈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그런 대화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니 이제 동그라미 안에 알파벳 넣기를 그만하자. '당신은 ○○라서 그래'라며 명명하기를 해놓고 비겁하게 도망갈 게 아니라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볼 일들에 대해서.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