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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하늘공원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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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가을이다.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을바람이 자꾸만 길 위에 나그네가 되라고 속삭인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1847년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라고 썼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먼 길을 떠날 수 없을 때 상암동 하늘공원만큼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장소도 없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강을 건너온 바람결에 쉼 없이 흔들리는 억새꽃의 군무를 즐기며 걷다 보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가을 하늘처럼 맑아져서 생각도 가지런해진다.

1978년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된 이후 15년간 무려 9200만 톤의 쓰레기가 쌓여 높이 100m에 가까운 거대한 두 개의 산으로 바뀌었다. 한때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자라던 아름다운 섬이었던 난지도((蘭芝島)는 메탄가스와 침출수 등으로 환경이 악화되어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으나 쓰레기 반입이 중단된 이후 점차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바로 지금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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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로 놓인 나무 데크를 따라 하늘공원을 오른다. 몇 해 전에 찾았을 땐 아까시나무 사이로 미국 등골나물이 하얗게 꽃을 피웠었는데 미국 등골나물꽃 대신 둥근잎유홍초가 선홍색 꽃 나팔을 불어대며 우리를 맞는다. 닭 오줌 냄새가 난다는 계요등도 보이고 가시박도 무섭게 퍼져 있다. 그리고 보니 눈에 띄는 식물들 대부분은 우리 땅의 토종식물이 아닌 귀화식물이거나 외래식물이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악착같이 살아남는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기만 하다.

나무 데크를 올라와 나무 그늘 속을 걷다가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꾸지뽕나무인가 했는데 꾸지나무란다. 뽕나무과의 잎 지는 활엽 소교목으로 12m까지 큰다. 아시아 토종식물로 암수딴그루이며 주로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닥나무와 같이 종이를 만든다고 한다. 일부러 식재한 것인지는 몰라도 하늘공원을 걷는 동안 자주 눈에 띈다. 제법 오래 식물을 관찰해 왔음에도 세상엔 역시 내가 아는 곳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쉬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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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사이를 걷는다. 하늘 끝에서 바람이 오고 바람을 타는 억새들의 군무가 눈부시다. 여름내 서슬 퍼렇던 억새들이 흰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람의 선율에 몸을 싣는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파도를 타는 억새의 물결을 보고 있으면 내 안이 넉넉해져서 세상을 다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모나고 날 섰던 마음 누그러뜨리고 나도 한 번쯤은 억새꽃처럼 부드러워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억새꽃 사이를 거닐다 야고 꽃을 본 것은 행운이었다. 야고는 억새 뿌리나 사탕무 뿌리에 기생하는 기생식물로 8~9월에 붉은빛이 도는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운다.

하늘공원을 지나 노을공원을 거쳐 메타세콰이어 길을 걸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줄지어 선 길은 강변북로를 내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 빼면 정말 멋진 길이다. 나무 아래엔 어느덧 보랏빛 맥문동이 피었다 지고 순백의 옥잠화가 마지막 향기를 흘리고 있다. 메타쉐콰이어 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아름다운 난지도를 쓰레기 산으로 바꾼 것도 사람이고, 그 쓰레기 산을 다시 억새가 춤을 추고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꾼 것도 사람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며 함부로 지구의 자연을 파괴해 온 우리가 이제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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