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17~18일 KABC 2025 개최
리더십 전략, 기술 개발, 전후방 생태계 대응 방안 등 논의
리더십 전략, 기술 개발, 전후방 생태계 대응 방안 등 논의

신영준 가천대 화학생명배터리공학부 석좌교수는 17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코리아 어드밴스트 배터리 콘퍼런스(KABC) 2025'에서 "올해 상반기 37% 정도 글로벌 배터리 탑재량이 늘었지만 한국 셀 업체들은 어느 한 곳도 이만큼 증가한 곳이 없었다. 우리가 시장 성장을 쫓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제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가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로 집계됐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4.4%, SK온은 10.7%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10위권 업체 중 유일하게 8% 역성장했다. 신 교수는 2021~2023년 LG에너지솔루션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KABC는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 이차전지 콘퍼런스다.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 미국 정책 변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전문가들이 모여 리더십 전략, 전후방 생태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신 교수는 국내 업체들이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CATL의 삼원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3년 69.2%에서 지난해 81.5%로 올랐다. 같은 기간 LFP배터리는 20.8%에서 18.2%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각각 55.9%, 6.2%였다. 이는 중국이 주력하는 LFP뿐만 아니라 삼원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연사로 나선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진 국내 업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 기준 한·중·일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중국 77.8%, 한국 16.6%, 일본 5.7%다. 2026년, 2027년 2028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국내 3사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중국의 홍수를 막아서기 위해선 우리가 똘똘 뭉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 속에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선점, 신시장 개척, 미국 통상규제 활용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례를 들며 "LCD 사례는 단순한 양산 경쟁 구도에서 중국의 빠른 추격을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시장 주도권을 상실한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반면 OLED는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선점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함으로써 글로벌 점유율을 장기간 유지한 성공적 전략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통상규제 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휴머노이드, 전기 선박 등 신규 시장 공략 등을 향후 K-배터리가 추진해야 할 전략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전기차 캐즘에 대한 대응으로, 향후 수요가 UAM·잠수함용 배터리 등 신규 시장에 대한 선제적 공략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5년, 10년 배터리 산업이 우리 국가의 중추 산업으로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 교수는 "돌탑을 쌓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면서 "잠깐 삐끗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잘 만드는 것만 가지고는 경쟁력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