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건설장비 업체들은 사명을 브랜드로 사용해온 만큼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브랜드 교체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다.
건설기계장비 브랜드로 '대우'를 쓴 게 이때부터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2010년 대우중공업에서 종합기계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대우종합기계로 재탄생했다.
2005년 두산중공업이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건설기계장비 브랜드는 '두산'으로 바뀌었다. 2000년 회사 주인이 현대중공업으로 변경됐고, 사명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HD현대로 회사 브랜드를 바꿨다. HD현대에는 건설기계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가 있다.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을 설립한 뒤 아래에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있다. HD현대는 시장에서의 위상을 고려해 ‘두산’ 브랜드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HD현대로의 그룹 브랜드 변경과 그에 맞춘 계열사 정책에 따라 이번에 ‘디벨론’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이에 1995년 당시 서유럽지역에 처음 진출한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 독일판매법인이 발음을 교정하는 여성 입술 모양만을 부각한 광고를 내보내 큰 관심을 모았다. 현지 언론이 앞다퉈 대우 광고를 보도했으며, 시사주간지 ‘분테지’는 이 광고를 그해 2월 중 광고 부문 1위로 뽑았고,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터 & 스포트지’도 해당 광고를 자동차 부문 빅뉴스 3위로 선정했다. 유럽 전 지역에서 ‘대우’로 발음하는 일이 정착된 것도 이때부터다.
두산인프라코어였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는 알파벳 ‘OO’를 ‘우’라고 발음하는데, 유럽 소비자들은 장음의 ‘오’로 받아들였다. 이러다 보니 ‘도산’이라고 발음하는 일이 잦았다.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별 의미 없지만, 회사를 인수한 직후이고 더 발전시켜 나가려던 두산맨들에게는 ‘도산’이 듣기 싫은 말이었다. 과거 벨기에 생산법인에서 만난 두산인프라코어 법인장은 “대우처럼 입술 광고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깊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들은 ‘디벨론’ 브랜드는 적어도 이런 해프닝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디벨론은 ‘Develop’(발전하다, 개발하다)과 ‘Onwards’(앞으로 나아가는)의 합성어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가운데, 세계 최고의 제품과 솔루션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방향성을 담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브랜드명 변경에 이어 사명에서도 두산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으로, 신규 사명은 상반기 중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형제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기존 브랜드인 ‘현대(HYUNDAI)’를 지속해서 사용할 계획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