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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외면에” 15억달러 조선 계약 날릴 위기

RG발급 최종기한인 5월말 코앞인데 계약성사 가능성 낮아
발주시장 호황 이어지지만 금융 제재 여전해 자멸 위험 커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2-05-18 09:47

대선조선이 남성해운으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1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두 척 가운데 한 척인 ‘스타 프론티어호’가 2020년 6월 3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명명식을 마친 뒤 출발에 앞서 조선소 안벽에 정박해 있다. 사진=대선조선이미지 확대보기
대선조선이 남성해운으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1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두 척 가운데 한 척인 ‘스타 프론티어호’가 2020년 6월 3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명명식을 마친 뒤 출발에 앞서 조선소 안벽에 정박해 있다. 사진=대선조선
국내 중형 조선소들이 올해 수주한 15억달러 이상 선박 건조계약을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중형 조선소들이 따낸 26억6300만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큰 금액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갖가지 이유를 달아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을 거부한 탓이다. 이달 말까지 RG 발급이 안되면 순차적으로 계약 철회가 가시화한다,

올해 상반기 영업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내후년 이후 일감 확보가 불가능해져 구조조정을 통해 애써 살려놓은 중형조선소의 경영난이 재발할 우려가 크다. 한국에서 수주하지 못한 물량을 고스란히 중국 조선소에 빼앗기는 것도 뼈아프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책은행의 RG 발급이 지연되면서 어쩔 수 없이 미뤄뒀던 올 상반기 수주 계약 만료일이 5월말부터 시작된다.

RG는 선박 건조 과정에서 조선사 측의 인도 지연이나 파산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환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으로, 선박 건조계약 체결시 필수적인 서류다. 조선사가 금융기관에서 발급받아야 한다. 중형 조선소의 경우 채권단 관리 때 주거래은행이었던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RG를 발급하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대선조선은 올해 1월 6일과 7일 각각 국내와 해외 선주로부터 1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 2척 등 총 4척을 수주했다. 금액은 1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선주사와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지 못했다. 이달 말로 계약 시점이 완료되는데, 5월을 넘어서면 계약은 깨진다. 대선조선은 같은 달 28일 수주한 스테인리스스틸(SUS)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척 계약도 6월 말까지 연장했다. 선가는 5100만달러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RG 발급이 안 되어 계약이 미뤄진 상태다. 수은은 RG 발급 한도가 도달함에 따라 추가 담보 또는 모그룹의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대선조선의 경우 RG를 발급 받기까지 평균 5개월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은 4월에 4억달러(옵션 1억달러 포함), 5월에 9억달러(옵션 2억달러 포함) 등 총 13억달러 규모의 선박 계약을 추진 중이다. 수익성 확보 방안과 RG 발급 요건은 충족하지만 자체건조자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RG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 두 조선사는 이미 선주들로부터 계약해지와 법적 조치 압박을 받고 있는데, 금융권이 끝내 RG 발급을 거부하면 두 회사에서만 총 15억달러에 달하는 건조계약을 날리게 된다.
중형 조선사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절실한 상황을 호소하고 있으나 금융권은 요지부동이다. RG 발급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조선소에 RG를 발행해 줄 수 있는 금액 한도(RG 발급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는 것이다. RG 한도는 경영난에 빠져 채권단 관리에 놓인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를 막기 위해 마련했다. 문제는 현재 적용 중인 RG 한도가 2010년대 중후반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싶은 시기에 설정됐다는 점이다. 중형 조선소는 새 주인을 맞아 재기를 노리고 있고, 지난해부터 선박 수주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낮은 RG 한도로 인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총 RG 발급 한도가 5억달러인 대한조선과 4억5000만달러인 케이조선의 소진율은 100%이며, 2억2000만달러인 대선조선은 99%에 이르고 있어 추가 수주가 불가능하다.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은 67%로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러나 RG 발급을 신청하려면 별도 외부 평가기간의 검토보고서를 금융권에 제출해야 하는데, 계약 건당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에 이르는 평가비용을 회사가 부담해야 해서 추가 부대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발급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RG 보증 수수료율이 너무 높아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금융권의 지연·거부가 없어도 RG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에 달한다.

중소 조선사들은 사업이 정상화한 만큼 국책은행이 불황기에 적용한 RG 한도를 늘려주기를 원하고 있으나 금융권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RG 발급 불가로 수주가 중단되면 내 후년 이후 또 다시 일감이 없어 경영난에 빠질 우려가 크다"면서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물량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 뻔하다. 금융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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