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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에서 有를 창조하다...대한민국 헬리콥터개발史

500MD 노후화에 1988년 KLH사업 추진 나섰지만, 용두사미 결말
후속개발 사업 거쳐 2008년 KMH 사업서 'KUH수리온' 개발 완료
KUH수리온 베이스로 2018년 한국형 무장헬기 'LAH' 개발도 성공
빈약한 무장과 기체 노후화 vs 충분한 무장에 기체 개발 기술 확보

서종열 기자

기사입력 : 2022-03-06 16:57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LAH는 지난 2020년 2월 국외 저온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전투적합 판정을 승인받았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LAH는 지난 2020년 2월 국외 저온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전투적합 판정을 승인받았다. 사진=뉴시스
1978년.

대한민국 국방사(史)에서 1978년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 1978년을 기점으로 북한보다 우리나라의 병력이 적어지기 시작해서다. 반대로 보면 1978년 이전까지는 남한이 병력 중심의 전투부대였으며, 북한은 반대로 기계화 중심의 전투부대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월남전과 7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의 성공에 힘입어 1978년부터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국군은 병력 중심이 아닌 기계화 중심으로 분대로 전환을 시작했으며, 무기개발 역사도 이때를 시작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육군과 해군이 기계화로 전환하면서 우리 군은 상당수의 무기를 국산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기 국산화의 과정에서 유일하게 배제된 군종이 있었다. 바로 공군이다. 이중에서도 전투기와 함께 하늘 위 공격수단으로 평가받는 헬기는 쉽사리 국산화를 결정짓기 어려웠다.

하늘 위에서의 무기체계는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신뢰성, 그리고 다년간의 경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헬기개발사업(KHP) 역시 마찬가지였다. 육군의 대표적인 헬기인 UH-1, 500MD가 노후화되면서 새로운 기체 도입이 필요했지만, 쉽사리 국산화 및 개발일정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격동의 80년대와 성장의 90년대를 지나면서 KHP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방위사업청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2006년 6월, KHP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나선 것이다.

30여년간 이어진 계획


우리나라 헬기 개발의 시작은 올림픽 열기가 뜨겁던 198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한민국 육군은 AH-1S 코브라 공격헬기를 도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스카웃경량헬기(공격헬기의 공격목표를 확정해주는 정찰역할을 맡는 헬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경량헬기라면 사실 육군은 당시 500MD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센서와 표적지시 장비 등 전투임무체계 무기류가 장착되지 않아 스카웃헬기의 역할을 맡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KLH 사업이 1988년 시작됐다. 후보기종에 오른 이들은 ▲대한한공-맥도널더글라스의 500MK(500MD개량형) ▲대우중공업-MBB의 Bo-105 ▲삼미아구스트항공-아구스트의 A109 ▲벨의 OH-58 등이었으나, 최종후보로 선정된 것은 Bo-105였다.

육군이 사용중인 500MD 무장헬기. 육군은 500MD가 노후화됨에 따라 1988년부터 교체기종 개발에 나서 30여년의 개발 끝에 KUG수리온을 개발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육군이 사용중인 500MD 무장헬기. 육군은 500MD가 노후화됨에 따라 1988년부터 교체기종 개발에 나서 30여년의 개발 끝에 KUG수리온을 개발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국방과학연구소가 실제 성능검증에 나서면서 B-105의 성능이 군의 요구 성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당초 150여대에 달하는 군의 소요규모가 축소되면서 사업 자체가 논란이 됐다.

결국 KLH사업은 Bo-105를 12대만 면허생산하고 1997년 종료됐다.

당초 진행키로 했던 KLH사업이 용두사미로 전락하자 육군은 AH-1S 코브라 헬기부대에 필요한 스카웃헬기 수요만 생산(12대)하고, 나머지 500MD은 자체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개발사업이 1995년 등장한 KMH사업(이하 KMH95)이다. 하지만 KMH95사업도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인해 취소됐다.

외환위기 극복이후 2001년이 되면서 육군의 헬기 확보 노력은 다시 주목을 받았다. 기동헬기와 공격헬기 2개 기종을 동시에 개발해 노후화된 500MD와 UH-1, AH-1S를 모두 대체하자는 계획이 등장한 것이다. KMH(이하 KMH01)사업의 시작이다.

KMH01 사업계획은 정말로 거창했다. 세부계획을 보면 2010년까지 기동헬기 개발을 완료하고, 2012년까지는 공격헬기를 전력화해 모든 헬기전력을 국산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설립했다.

그러나 2004년 9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감사청구 과정에서 경제적·기술적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계획만 세우다 사업이 종결됐다.

드디어 날아 오른 수리온·LAH


KMH01 사업이 종료되면서 육군과 방산업계는 다시 논의에 착수했다. 그리고 2005년 KHP(한국형 헬기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KMH01 사업에서 지적됐던 경제성문제는 300대 수출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해결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500MD·UH-1 기종의 대체형인 KUH를 선행 개발한 후, 공격형 헬기는 향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3월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공개된 KUG수리온. 수리온은 향후 UH-1H와 500MD 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3년 3월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공개된 KUG수리온. 수리온은 향후 UH-1H와 500MD 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사업주체는 방위사업청과 지식경제부가 맡아 2006년 6월 사업단을 발촉했다. 방위사업청에 KHP 사업단을 설치해 사업관리를 담당했고, 국방과학연구소를 기술관리기관(TMO)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했다.

개발주관기관은 KA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가 담당했다. KAI는 체계종합과 민군겸용핵심구성품 개발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로터, 엔진, 착륙장치, 연료탱크, 에어데이터시스템등을, 국방과학연구소는 임무탑재장비 개발을 맡았다.

그 결과 탄생한 결과물이 한국형 기동헬기 'KUH 수리온'이다. 총 투입된 개발비는 1조3000억원이었으며, 2006년 6월 개발을 시작해 2009년 7월(38개월)에 경남 사천시 KAI공장에서 출고됐다. KUH수리온의 기체 원형은 에어버스사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퓨마헬기(H-155)다.

적의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레이저, 미사일 등에 대한 경보수신기를 장착함으로써 회피가 가능하며, 채프와 플레어도 갖췄다. 수리온은 군용-관용-민간용 헬기로 사용가능하며 의무후송, 해상후송, 재난구조, 수색 등이 가능한 다목적 헬기다.

헬기 개발 사업에 나선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2010년 3월에는 초도비행에 나섰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헬기 독자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KUH수리온이 개발되자 우리 육군은 곧바로 공격용 헬기 개발사업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당초 2만파운드 이하 급으로 개발하려던 KUH수리온이 AH-64 아파치와 비슷한 덩치가 되면서 당초 논의했던 계획이 아닌 경량 헬기 개발을 다시 논의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대형 공격헬기는 해외에서 직도입하고, 2만파운드 이하의 중소형 공격헬기 개발이 확정됐다.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개발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2009년 합참은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AH-X사업으로 불리는 대형무장헬기 도입사업에는 보잉사의 AH-64E 아파치 36대를 도입키로 결정(2013년 4월 결정)했고, LAH사업은 직접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수용인 LCH 사업이 LAH사업에 병합됐다.

KUH수리온을 베이스로 개발에 나서 2021년 3월 공개된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KUH수리온을 베이스로 개발에 나서 2021년 3월 공개된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진=뉴시스


LAH사업은 국제공동개발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먼저 후보 기종에는 ▲시코르스키 S-76 ▲벨의 430 ▲아구스타 AW169 ▲에어버스헬리콥터 H-155 등이 참여했다. 이중 최종후보는 에어버스헬리콥터가 선정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LAH(한국형 소형무장헬기) 시제1호기는 2018년 12월 드디어 첫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2020년 12월 전투 적합 판정을 받으며 차세대 무장헬기로 자리매김했다.

반쪽짜리 성공에 대한 논란


LAH 헬기는 그러나 개발과정에서부터 개발이 완료된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기종의 노후화다. LAH 기체의 원형은 에어버스헬리콥터사의 EC-155(LAH사업 납품명은 H-155)인데 해당 기체가 노후화된 모델이란 지적이다. 실제 에어버스헬리콥터사는 H-155의 라이선스를 LAH사업단에 매각한 후, 곧바로 후속기능인 H-160을 공개했다.

게다가 에어버스헬리콥터사는 이미 H-155의 원형 중 하나인 AS365를 중국에 넘긴 바 있다. 중국은 해당 헬기를 이미 실전배치했으며, 후속기종 개발도 진행했다.

두 번째 문제는 LAH의 정체성이다. 당초 공격헬기를 개발하려 했지만, 기술적 문제라는 난항에 부딪친 사업단은 결국 한 단계 아래 등급은 무장헬기를 방향을 돌렸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가 운용 중인 AH-1S 코브라 무장헬기. 군은 코브라헬기를 대체할 후속기종으로 LAH 개발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육군 항공작전사령부가 운용 중인 AH-1S 코브라 무장헬기. 군은 코브라헬기를 대체할 후속기종으로 LAH 개발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그 결과 LAH는 교체 대상인 AH-1S 코브라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무장능력만 갖게 됐다. 사실상 육군의 무장능력이 약해지게 된 것이다.

LAH의 최종후보가 선정된 2015년 방산관련 외신들에 따르면 LAH의 원형인 EC-155 기체는 중량 2.6톤, 최대이륙중량은 약 4.5톤으로 최대 1.9톤의 적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160kg), 기수 하단의 기관포(42kg), 무장을 위한 좌우날개 각각 100kg, 미사일거치대 좌우 각각 60kg, 조준장치(최대 100kg), 전자장비 및 회피 장비(최대 100kg) 등 기본 추가 무게만도 700kg 이상이다.

여기에 표준 연료탑재량 322갤러(약 1톤)을 실으면 실제로 무장이 가능한 무게는 최대 250kg 안팎이다. 40kg의 기관포 탄이 탑재되면 좌우 날개와 미사일거치대에 달 수 있는 무게는 고작 200kg가 최대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가탑승은 언감생신이고, 오히려 연료를 덜어내거나 무장을 빈약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격형 헬기가 아닌 사실상 단순한 무장헬기라는 아쉬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조립중인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조립중인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진=뉴시스


헬기 방산, 이제부터가 시작


군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사실상 공격용 무장헬기는 아파치로 대체하고, LAH는 500MD만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군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결국 새로운 기체를 사와서 다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기체 노후화 관련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운영된 검증된 기체인 만큼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에어버스헬리콥터사가 선보인 후속기종의 인도가 2020년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LAH 개발은 비교적 신속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헬기 독자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기체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H-155을 통해 기체 기술을 확보한 만큼 이를 활용·발전시킨 새로운 기체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원은 보잉사의 훈련기에서 출발해 지난해 KF-21이라는 걸출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무장능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됐던 AH-1S 코브라의 무장수준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공격헬기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LAH의 무장능력은 천검 등 공대지미사일 장착을 통해 강화됐다. 중대형급 공격헬기와 비교하면 빈약한 수준인 것은 맞지만, 교체대상인 중소형급 헬기와 비교하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지난 2019년 초도비행에 성공한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초도비행에 성공한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LAH 사업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산방산업계에 헬기 기술과 무장체계를 만들어 준 특별한 사업"이라며 "다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향후 LAH를 베이스로 다양한 모델들과 개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LAH는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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