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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쿠팡플레이 '안나 사태'…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창작자 동의 없이 편집 강행…영화계에서도 유례 없는 일
연출·제작자 긴 협의로 의견 조율…최악의 경우 감독 교체

여용준 기자

기사입력 : 2022-08-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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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와 '안나' 이주영 감독의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계와 콘텐츠 업계에서도 '유례없는 갑질'이라는 반응이다.

양 측의 갈등은 이주영 감독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라며 "제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안나'를 편집한 김정훈 편집감독은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6월 24일에 본 안나는 내가 감독과 밤을 지새우며 편집한 안나가 아니었다"며 "쿠팡이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달라고 했을 때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제작사로부터 받아간 것을 알고 나서는 그래도 설마 설마했지만, 우리가 만든 8부작이 6부작으로 짜깁기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플레이 측은 계약서상 정해진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팡플레이는 해명문에서 "감독의 편집방향이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는 이와 함께 8부작 감독판을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12일 쿠팡플레이에는 '안나 감독판'이 공개됐다.

감독판 공개로 일단락이 될 것 같았지만, 이주영 감독은 추가 입장문을 통해 쿠팡플레이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이주영 감독에게 편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은 4월21일 편집본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쿠팡플레이가 언급한 수정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 측은 쿠팡플레이가 창작자의 동의없이 작품을 임의로 훼손하면서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법정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주영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쿠팡플레이의 반말 갑질과 "왜 모든 장면을 의도를 갖고 찍었냐"는 식의 콘텐츠에 무지한 태도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의 갈등이 법정으로 향하더라도 이는 쿠팡플레이가 실제 창작자의 동의 없이 편집을 했는지 가리는 싸움은 아니다. 이미 쿠팡플레이는 "수정요청을 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해 계약서상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법정 싸움의 쟁점은 쿠팡플레이의 임의 편집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는지와 실제 갑질이 있었는지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가 감독의 동의없이 편집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콘텐츠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실제 영화시장에서는 정말로 이 같은 일이 없었을까?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이미지 확대보기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영화감독과 제작·투자사의 갈등은 영화시장에서는 흔한 일이다. 창작자는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작품에 대해 고집을 부리고 제작자는 흥행이 되는 방향으로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영화감독과 제작자는 오랜 시간동안 협의를 보는 과정을 거치고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며 극장에 걸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만약 이 같은 협의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감독은 자신의 명성을 보호할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알란 스미시'라는 가명으로 20세기에 감독의 권리를 보호했다. 알란 스미시는 영화감독이 자신의 의도대로 영화가 완성되지 못했을 때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과 함께 임의로 사용하는 가명이다.

1969년 '건파이터의 최후'에 처음 등장해 2000년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했으며 주로 대중과 평단의 외면을 받은 작품들에 등장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앨런 스미시를 포함해 비슷한 가명들이 등장한 바 있다.

감독의 이름 대신 가명을 쓰는 건 조금 유머러스한 일이다. 한국영화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은 종종 있다. 이 경우에는 심하면 감독 교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들 수 있다.

'자전차왕 엄복동'을 연출한 김유성 감독은 2017년 4월 촬영을 시작한 후 두 달이 지난 6월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김 감독은 감독에 하차한 이유로 "제작사로부터 심각한 연출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전차왕 엄복동'의 제작사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로 당시 배우 이범수가 제작사 대표로 임명돼 첫 제작에 나선 영화가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영화는 2017년 크랭크업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에 개봉했으며 1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지만, 전국 관객수 17만명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김유성 감독은 불합리한 갑질의 피해자가 됐지만, 결과적으로 이주영 감독에 비하면 양반인 처지가 됐다. 김유성 감독은 작품에서 하차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권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이주영 감독은 그런 기회마저 빼앗긴 셈이기 때문이다.

이주영 감독.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주영 감독. 사진=뉴시스

제작사와 감독의 갈등이 생기면 긴 협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하지만, 조율에 이르지 못한다면 제작사가 감독을 해고하거나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나'의 경우는 감독이 그런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원하지 않는 결과물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이주영 감독은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로 데뷔했다.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는 아니지만, 거장 이창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공동 개발했고 이병헌, 공효진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평단의 호평을 받으면서 이주영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모아졌다. '안나'는 그런 이주영 감독의 차기작이었다.

현재 이주영 감독은 6부작으로 공개된 '안나'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과 쿠팡플레이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영화감독협회도 "우리는 '안나 사태'를 좌시하지 않고 지켜볼 것이라며 "쿠팡플레이의 사과를 요구하고 또한 감독이 요구한 크레딧 및 감독판 공개도 촉구한다"라고 성명문을 냈다.

이에 대해 현재 쿠팡플레이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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