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충격 넘어 물가 확산 우려…연준 금리인상 압박 커진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린 직접 원인이지만 가격 상승 압력이 에너지 밖으로 번지고 있다는 경계감도 커졌다며 CNBC가 10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이날 오전 5월 CPI를 발표한다.
월가의 전망이 맞는다면 5월 CPI는 전월 대비 0.5% 오르고 전년 대비 상승률은 4.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2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는 것으로 같은 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미국 CPI 상승률은 2.4%에 그쳤다. 불과 1년 만에 물가 압력이 다시 뚜렷해진 셈이다. 지난 4월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3.8%였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2.8%였다.
이같은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뛰었고 휘발유와 운송비 상승이 소비자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 에너지 넘어 물가 확산 우려
시장에서는 이번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순한 유가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5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 물가가 여전히 3%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면 연방준비제도가 단기적인 에너지 충격으로만 물가 상승을 해석하기 어려워진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식료품, 생활필수품 가격으로 옮겨붙으면 물가 둔화 기대는 더 약해질 수 있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것은 단지 석유 이야기가 아니라 통화 공급 이야기이고, 점점 인공지능(AI) 이야기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에너지만이 아니라 더 넓은 인플레이션 문제라며 물가가 다소 끈질기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더스 전략가는 투자자들의 불안도 물가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상보다 나쁜 물가 지표가 나오면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트럼프 행정부 “전쟁 진정되면 물가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 전쟁이 진정되면 물가도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에너지 충격이 이번 물가 상승의 핵심이라면 유가 안정과 함께 소비자물가도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손더스 전략가는 이같은 낙관론에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전쟁이 빠르게 끝나더라도 이미 생산 차질이 컸기 때문에 유가가 이전 저점으로 바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급망과 생산 체계가 흔들린 상황에서는 스위치를 켜듯 원상복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장은 5월 CPI가 단순한 일회성 유가 충격인지, 아니면 더 넓은 물가 상승 국면의 신호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다시 오르면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CNBC는 지난달 캘리포니아 버뱅크의 한 식료품점에서 토마토가 진열된 장면을 함께 전하며 지난 4월 미국 식료품 가격이 전월보다 0.7% 올랐다고 전했다. 이는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률로 이란 전쟁과 관련된 연료·운송비 상승이 육류와 생활필수품 가격을 밀어 올린 결과로 해석됐다.
◇ 연준 금리 경로도 다시 흔들릴 가능성
이번 CPI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의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연준의 금리 인상 압박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도 연준의 완화 기대를 약화시켰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강하고 물가도 다시 높아진다면, 연준은 경기 둔화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반대로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에너지 충격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현재 시장의 관심은 전년 대비 4%대 물가가 실제로 확인될지, 그리고 근원 물가가 얼마나 끈질기게 버티는지에 쏠려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