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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3일 내 합의" 트럼프 발언 12시간 만에 미 헬기 격추… 이란 종전 협상 다시 원점

샤헤드 드론 아파치 추락 조사 중… 의도적 공격 여부가 협상 생사 가를 변수
호르무즈 봉쇄 102일·중동 산유국 감산 하루 1100만 배럴 '사상 최대’
미군 아파치 헬기.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군 아파치 헬기. 사진=연합뉴스
평화협상 타결을 불과 "2~3일 앞뒀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낙관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란 드론이 미군 헬기를 격추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100일을 넘긴 미·이란 전쟁의 종전 협상이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9일(현지시각) CNBC, 로이터통신, ABC뉴스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한 이번 사건은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적인 충격파를 던졌다.

아파치 격추·무인 드론 구조… '최초 기록' 두 개 동시에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오전 3시(한국시각 오후 5시)께 AH-64 아파치 공격 헬기 1대가 오만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락했다.

미군 당국자 2명은 ABC뉴스에 이 헬기가 이란 드론에 의해 격추됐다고 밝혔으며, 사용된 드론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공격에 통상적으로 동원하는 기종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CNN과 CBS뉴스는 격추에 쓰인 기종이 이란의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다만 미군 수사 당국은 이 드론이 헬기를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단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종사 2명은 해군 제5함대 소속 태스크포스(TF) 59가 운용하는 코르세어(Corsair) 무인 수상정에 의해 추락 약 2시간 만에 구조됐다. 미군은 이번 구조가 해상 무인정을 활용한 인명 구조 작전으로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조종사들은 무인정에 옮겨 탄 뒤 다른 해상 거점으로 이송됐고, 이후 헬기에 의해 최종 후송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 중인 우리의 최첨단 아파치 헬기를 격추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두 조종사는 모두 안전하고 부상이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공격에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 시간 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통화에서는 "별일 아니다(wasn't a big deal). 조종사도 멀쩡하다"며 수위를 낮춰 발언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협상 102일째… 레바논 전선이 발목 잡는 종전 담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미·이란이 핵무기 개발 차단과 호르무즈 해협 즉시 재개방을 담은 "매우 훌륭한 합의"에 근접했다며 "서명까지 2~3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헬기 격추 사건이 터지면서 낙관론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부통령 제이디 밴스(JD Vance)도 CBS 인터뷰에서 "합의가 다음 주에 이뤄질 수도 있고, 몇 달 후가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레바논 전선이다. 이란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멈추지 않는 한 포괄적 휴전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가혹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9일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티레(Tyre)를 공습해 최소 8명이 숨졌으며, 도시 전체에 대피령을 내린 것도 이 도시에서는 레바논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Abbas Araghchi)는 헬기 격추에 직접 언급 대신 우회적 경고를 택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우리 영토 인근에 있는 외국군은 자신들의 실수, 사고, 또는 교전에 휘말릴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면서 "위험을 줄이려면 적대 세력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이 환경에서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봉쇄 100일… 에너지 시장 '살얼음판'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을 감축했다. EI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도 전년 대비 하루 110만 배럴 축소 조정했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아르세니오 도밍게스(Arsenio Dominguez)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한 통항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브렌트유는 9일 배럴당 91달러(약 132만 8665원) 수준으로 하루 전보다 3.3%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언급한 직후 에너지 시장이 잠시 안도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헬기 격추 사건이 불거지면서 하락 폭은 다시 축소됐다. 미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호르무즈를 통한 선박 통행량이 '매우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면서도 전쟁 종식 후 에너지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발발 102일째를 맞은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와 호르무즈 즉각 재개방을, 이란은 국제 제재 해제와 동결 자산 반환, 레바논 휴전을 각각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파치 격추 사건이 사고인지 의도된 도발인지 미군 수사 결과가 종전 협상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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