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반 데르 플리트 주한 대사 인터뷰… ASM·베시·TNO 등 숨은 장비 거두 파트너십 강조
AI 전력 폭발 대안으로 ‘빛’ 이용하는 포토닉스 칩 지목… 첨단 패키징 공동 연구 박차
공동 조기경보시스템 가동해 공급망 교란 차단… 중국 국산화 추격엔 “기술 경쟁의 자연스러운 일부”
AI 전력 폭발 대안으로 ‘빛’ 이용하는 포토닉스 칩 지목… 첨단 패키징 공동 연구 박차
공동 조기경보시스템 가동해 공급망 교란 차단… 중국 국산화 추격엔 “기술 경쟁의 자연스러운 일부”
이미지 확대보기실제로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SK하이닉스가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ASML과 69억 유로(한화 약 12조 원) 규모의 EUV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만 봐도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피터 반 데르 플리트(Peter van der Flit)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한 회사에만 매몰되면 양국 간에 흐르는 훨씬 더 거대하고 정교한 반도체 동맹의 진면목을 놓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24일(현지시각) 피터 반 데르 플리트 대사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은 ASML을 넘어 전공정 및 후공정을 아우르는 또 다른 글로벌 장비 거두들과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며 양국이 AI 전력난을 돌파할 치트키로 차세대 ‘광자학(Photonics·포토닉스)’ 반도체 협력을 전격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ASM·베시·TNO… 한국 반도체 깊숙이 침투한 네덜란드 거인들
반 데르 플리트 대사는 한국 시장에서 맹활약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네덜란드의 원자층 증착(ALD) 장비 세계 1위 기업 ASM을 전면에 내세웠다.
ASM은 칩 위에 한 번에 한 원자 층씩 초박막을 쌓아 올리는 플라즈마 강화 원자층 증착(PEALD) 분야의 절대 강자다.
ASM은 유럽 외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한국 화성에 통합 연구개발(R&D) 및 제조 시설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12월 1362억 원을 투입해 공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대사는 아울러 첨단 패키징 장비 리더인 BE 반도체 산업(Besi·베시)과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기구(TNO)를 지적하며, 이들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공급망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국이 주목하는 미래 전장은 전자(Electron) 대신 빛(Photon)을 이용해 반도체 내부 데이터를 전송·처리하는 광자학(포토닉스) 기술이다.
AI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인한 전력 소비 폭발이 글로벌 공학계의 최대 제약 조건으로 부상한 가운데, 네덜란드는 ASML을 탄생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정밀 공학 기반을 활용해 AI 인프라용 차세대 초저전력 인터커넥트 칩 기술을 한국과 공동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에인트호번 공대와 델프트 공대는 한국 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정부 간 계측학 및 첨단 패키징 공동 연구 협상도 막바지 단계다.
지정학적 리스크 정면 돌파…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공급망 철통 방어
그러나 대사는 “이러한 공급망 위기야말로 양국이 반도체, 중요 원자재, 재생에너지, 국방을 아우르는 경제 안보 동맹을 결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정치권의 교감도 뜨겁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롭 제텐(Rob Jetten) 네덜란드 총리는 최근 첫 공식 통화를 통해 협력 의지를 다졌다.
제텐 총리는 통화 직후 X(구 트위터)를 통해 “반도체 제조 세계 최고인 한국과 첨단 장비 최강국인 네덜란드가 긴밀히 손잡으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실제로 양국 정부는 이미 수출 통제 정책과 배터리 양극재 등 핵심 원자재 품목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공동 대응하는 ‘반도체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전격 가동 중이다.
중국의 ASML 독점 도전? “지정학적 타깃 아닌 자연스러운 기술 경쟁”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중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노광장비 국산화(ASML 대체재 개발)에 매달리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대사는 지극히 냉정하고 정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추격이 ASML의 첨단 칩 기계 독점권을 위협할지 묻는 질문에 “세계 여러 지역에서 리소그래피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일어나는 것은 글로벌 기술 경쟁 체제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 치열한 게임에서 특정 국가(중국)만을 지목해 경계할 필요는 없으며, 핵심은 누가 먼저 ‘다음 레벨의 한계 기술’을 찾아내느냐에 달린 치열한 레이스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진단했다.
임기 3년 차를 맞이한 반 데르 플리트 대사는 “한국과 네덜란드는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수출 지향성 국가라는 구조적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오직 끊임없는 ‘기술 올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쥐게 되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데칼코마니”라며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깊은 유대감과 유사성을 바탕으로 미래 반도체 영토를 함께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