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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 말고 조선소째 짓겠다"…HD현대, 인도 해군 5조 원 패키지 승부수

투투쿠디 400만GT 조선소·HD6000 프리깃 동시 제안…일본 모가미급과 정면 대결
"2047 조선 강국" 인도의 선택…인도태평양 해군 판도 가를 전략적 분기점
HD현대중공업(HD HHI)이 제안한 6500톤급 수출형 프리깃 HDF-6000(HD6000) 조감도. 한국 KDX-II 구축함 선체 기반에 48셀 VLS·대드론 방어 체계를 탑재한 이 함정은 2025년 MADEX 전시회에서 공개됐으며, HD현대의 인도 투투쿠디 조선소 건설 제안과 함께 인도 해군에 패키지로 제시됐다.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중공업(HD HHI)이 제안한 6500톤급 수출형 프리깃 HDF-6000(HD6000) 조감도. 한국 KDX-II 구축함 선체 기반에 48셀 VLS·대드론 방어 체계를 탑재한 이 함정은 2025년 MADEX 전시회에서 공개됐으며, HD현대의 인도 투투쿠디 조선소 건설 제안과 함께 인도 해군에 패키지로 제시됐다. 사진=HD현대

인도 해군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한·일 조선 패권 경쟁이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산업 생태계 통째 이전'을 건 전면전으로 격화되고 있다. 한국 HD현대가 조선소 건설과 전투함 패키지를 통합 제안하는 초대형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일본이 모가미(Mogami)급 스텔스 호위함의 설계 기술 전면 이전이라는 파격 카드로 맞서면서 인도는 사상 유례없는 '기술·산업 동시 획득'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도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 보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은 인도 타밀나두(Tamil Nadu)주 투투쿠디(Thoothukudi)에 약 4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 규모의 대형 신규 조선소 건설을 인도 해군 측에 공식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일본이 모가미급 호위함의 현지 공동생산을 제안한 직후 나온 것으로, 두 나라의 경쟁적 제안은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최적화된 형태로 구성됐다는 평가다.

연간 400만GT·3000에이커…'해양산업 생태계' 통째 이전


HD현대의 제안 핵심은 군함 몇 척이 아니라 조선 산업 생태계 자체를 인도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투투쿠디 조선소는 연간 최대 400만 총톤(GT) 생산 능력을 갖추고, 3000에이커(약 1214만㎡) 규모의 협력업체 클러스터를 함께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설계됐다. 철강 대기업 포스코(POSCO)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 기업들의 동반 입주도 검토되고 있다.
인도 남부 해안에 위치한 투투쿠디는 우수한 해양 접근성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전략적 요충지로, 함정 건조·의장·시험 평가 전 과정에 적합한 입지로 평가된다. 상선과 군함을 동시에 건조하는 복합 허브 구조로 설계돼 평시 상업 운용으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인도 해군의 중장기 수상함 수요를 지속적으로 흡수하는 구조다. HD현대가 이 시설의 핵심 앵커 파트너를 자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투자 유치가 아닌 장기 전략 파트너십 구도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미니 구축함' HDF-6000…48셀 VLS에 대드론까지


조선소 제안과 함께 패키지로 제시된 전투함이 6500톤급 수출형 프리깃 HDF-6000(HD6000)이다. 2025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공개된 이 함정은 한국 해군 KDX-II 구축함의 검증된 선체를 기반으로 최신 스텔스 설계와 레이더 반사 면적(RCS) 감소 기술, 첨단 전투 체계를 통합한 순수 수출형 플랫폼이다.

HDF-6000의 무장 체계는 '준(準) 구축함(mini-destroyer)급'이라는 별칭이 설득력을 갖는 수준이다. 76mm 함포, 대함미사일 8발, 탄도미사일 방어(BMD) 임무까지 수행 가능한 48셀 수직발사체계(VLS), 근접방어체계(CIWS), 무인기 군집 위협에 대응하는 대드론 방어 체계를 완비했다. 전장 약 139m의 이 함정은 원양 작전 능력과 고화력을 결합해 일반 프리깃과 대형 구축함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개념으로 설계됐으며, 인도 해군이 추구하는 대양 해군 전략 요구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평가다.

한국 '산업 인프라' vs 일본 '설계 기술'…전략의 갈림길

일본의 맞불 카드도 만만치 않다. 일본이 제안한 모가미급 호위함은 승조원 약 90명만으로 운용 가능한 고도 자동화 스텔스 함정으로, 함정 설계 완전 이전과 인도 현지 생산 허용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일본으로서는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기술 공유 제안이다.

두 나라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일본은 '첨단 설계 기술 이전'에 방점을 찍었고, 한국은 '대규모 산업 인프라 구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도가 2047년까지 세계 5대 조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국가 목표를 감안하면, 단기적 기술 획득보다 장기적 산업 역량 내재화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뉴델리의 전략적 판단이 이번 경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쟁의 지정학적 배경에는 중국 해군의 급속한 팽창이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인도를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며, 인도 해군력 강화를 중국 해군 인도양 진출 견제와 직결된 전략적 이해로 접근하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단일 공급자 의존을 피하면서 두 나라의 경쟁을 최대한 활용해 기술·산업·무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협상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투투쿠디 조선소가 실현된다면, 그것은 인도 해군 현대화의 핵심 거점인 동시에 인도의 방산 수출 허브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뉴델리의 선택은 단순한 무기 구매 계약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해군 강국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전략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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