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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제철, 美에 '연산 300만톤' 전기로 신설…"中 저가 공세, 미국서 뚫는다"

US스틸 인수 후 첫 대규모 프로젝트…2027년 초 부지 최종 낙점 예고
'전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노조 협상·1조엔 이익 목표 달성 시험대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 후 처음으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2027년 초 최종 부지를 낙점할 예정인 신규 전기로 공장은 일본제철의 '이익 1조 엔' 목표 달성과 노조와의 화학적 결합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 후 처음으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2027년 초 최종 부지를 낙점할 예정인 신규 전기로 공장은 일본제철의 '이익 1조 엔' 목표 달성과 노조와의 화학적 결합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일본 최대 철강 기업인 일본제철(Nippon Steel)이 미국 내 대규모 신규 제철소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는 지난 6월, 18개월간의 진통 끝에 141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입해 인수한 US스틸(United States Steel Corp.)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중국발(發) 저가 철강재의 공습으로 일본 내수 시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최신식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설비를 구축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리 다카히로(Takahiro Mori) 일본제철 부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구체화했다. 일본제철은 내년(2026년) 늦여름까지 건설 후보지를 2~3개 주(州)로 압축하고, 2027년 초 최종 입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제2의 빅 리버'…친환경 전기로에 사활


모리 부회장이 제시한 신규 공장의 청사진은 명확하다. 연간 생산 능력 300만 톤 규모의 최첨단 제철소를 짓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구상하는 것은 '빅 리버 2(Big River 2)'와 같은 시설"이라고 언급했다. '빅 리버 2'는 US스틸이 아칸소주 오세올라에 보유한 주력 공장으로, 기존 고로 방식이 아닌 전기로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제철이 전기로 방식의 신규 공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탈탄소'와 '비용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들기 때문에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공장 가동의 유연성이 높다. US스틸 자회사가 운영하게 될 이 신규 공장은 일본제철이 목표로 하는 '연간 연결 사업이익 1조 엔(약 9조 원)' 달성을 위한 핵심 퍼즐이다. 또한, 미 정치권의 반대와 노조의 반발을 뚫고 141억 달러(약 20조 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인수한 US스틸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한 신규 설비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전력 확보 전쟁…"싸고 안정적인 전기 찾아라"


부지 선정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단연 '전력'이다. 전기로 제강 공법은 막대한 양의 전기를 소비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모리 부회장은 "친환경적이지만 전력 소비가 많은 전기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원자재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여부와 주 정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Tax Incentives)도 주요 평가 항목이다. 일본제철은 2~3개 후보지를 선정한 뒤, 전력 회사 및 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을 최종 낙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노리는 각 주 정부 간의 치열한 유치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26년 '노조 리스크' 넘어야

신규 공장 부지 선정 과정은 US스틸과 전미철강노조(USW) 간의 4년짜리 단체협약이 만료되는 2026년 9월과 맞물려 진행된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 양측은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격렬하게 대립했었다. 비록 소송은 취하되고 최근 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으나, 차기 단체협약 협상은 여전히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모리 부회장은 노조와의 새로운 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신규 투자가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공장 건설 계획은 향후 노사 협상에서 사측의 유효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제철 입장에서는 노조와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고 경영 안정을 찾는 것이 신규 투자의 선결 과제다.

"中 과잉 공급 끝 안 보여"…글로벌 확장이 살길


일본제철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내수 시장의 침체와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모리 부회장은 "일본 국내 시장은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과잉 공급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There is no end in sight)"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일본제철의 성장 동력은 해외에 있을 수밖에 없다. 모리 부회장은 연말까지 수정할 중기 경영 전략에서 미국과 인도를 핵심 시장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태국 내 사업을 확대하여 태국을 해외 사업의 '주요 축(Major Pillar)' 중 하나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본제철의 이번 결정은 US스틸 인수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철저한 실리(實利) 중심의 글로벌 전략 재편임을 보여준다. 중국이 장악한 범용재 시장을 피해 미국이라는 선진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친환경 철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2027년, 일본제철이 선택할 미국의 '약속의 땅'이 어디가 될지, 그리고 그곳에서 생산될 철강이 글로벌 시장 판도를 어떻게 흔들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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