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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에 다국적 기업 무방비 노출"...美 명문대 교수 8대 위험 경고

트럼프, 中에 145% 관세 부과...존스홉킨스대 교수 "기업들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전략 부재" 진단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GPT-4o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 시각)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인 할 브랜즈가 기고한 칼럼을 통해 "무역 전쟁과 실제 전쟁, 강대국 간 충돌과 위기 속에서 지정학과 경제를 둘러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브랜즈 교수는 지난 1년간 싱가포르와 서울, 도쿄와 델리, 런던과 코펜하겐 등지에서 민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강연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대응해야 할 8가지 핵심 지정학적 위험 요소를 제시했다.

미·중 갈등 심화…양국 관세율 145% 대 125%로 치솟아


그의 경고는 미·중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시점에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에 펜타닐 관세 20%를 포함해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핵심인 희토류 수출도 통제하고 있다.

브랜즈 교수는 "탈냉전 시대 국경 없는 세계화가 가능했던 것은 역사적으로 온화한 환경 덕분이었다"면서 "민주주의와 시장이 우세했고 미국 힘은 도전받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구성된 권위주의 연합체가 유라시아 전역에서 지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와 민간 양쪽에 쓰이는 이중 용도 물자, 이란의 드론, 북한의 병력과 미사일이 모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지도자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에는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후티 반군이 국제 해운에 가하는 위협이 훨씬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 통상 수장 "민주 국가 통합만이 中 경제 규모 맞설 수단"


브랜즈 교수가 제시한 두 번째 위험 요소는 '하나의 세계 경제 종말'이다. 관세와 제재, 자급자족 추진으로 세계 경제는 10년 넘게 분절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가 간 정치·경제 수렴을 전제한 기구들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미·중 신냉전은 상호 의존을 취약점의 원천으로 만들었다. 여한구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9월 브랜즈 교수와 함께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이 자국의 혁신 생태계와 산업 기반을 통합해야만 중국의 경제 규모에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전방위 보호무역주의 추구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서태평양 동맹국들에 국방비를 훨씬 더 많이 쓰라고 공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 약속과 일방적 무역 협정, 경제적 공물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민주 진영의 협력을 뒤흔드는 요소다.

한국·일본서도 핵무장 논의 확산…동맹국들, 미국 공약 의구심


세 번째 위험 요소로 브랜즈 교수는 '전방위 위험 분산 전략 확산'을 꼽았다. 과도한 경제 요구는 동맹국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 최전방 국가들에 너무 많은 안보 책임을 미루면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덴마크와 독일, 폴란드 지도자들은 여전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이 정말 함께할지 의문을 품는다. 유럽 국가들은 시급하게 재무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보호를 모색하고 있다.

브랜즈 교수는 "서울과 심지어 도쿄에서 만난 관리들과 싱크탱크 전문가들 사이에서 핵무기 보유에 대한 논의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권 정치 시대…예측 불가능한 외교로 기업 전략 수립 난항


브랜즈 교수는 "트럼프부터 시진핑, 푸틴에서 나렌드라 모디까지 자국 정치를 장악하고 규범과 안전장치를 깨뜨리며 개인 숭배를 키우는 지도자들이 가장 강력하고 활력 있는 국가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법률·규제 틀을 뒤엎고 강권 지도자의 호감을 사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기업의 전략 수립을 어렵게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초 델리에서 만난 대부분 기업 지도자들은 미국-인도 관계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두 거대 민주주의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강권 지도자들이 충돌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기술 집중화로 AI 혁명 미·중 양극화…경쟁 패자는 멀리 뒤처질 것


다섯 번째 위험은 기술이 권력을 집중시키고 긴장을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브랜즈 교수는 "기술 미래는 다극이 아니라 양극"이라며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끌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살만 아흐메드는 "기술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국가가 경제·군사·지정학적 지배력을 놓고 대결하는 두 거인 사이에 끼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랜즈 교수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지난달 협상한 미·중 휴전이 실패할 운명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최고 아시아 전문가 중 한 명인 잭 쿠퍼는 "양측은 필연적으로 관계 악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시장과 공급망을 뒤흔드는 주기적 위기로 점철된 장기적 관계 악화를 예상하라"고 말했다.

변동성 속 기회도 존재…방산·AI·희토류 공급망 재편 주목


마지막으로 브랜즈 교수는 "변동성은 위험뿐 아니라 기회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고,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재편은 창조도 가져온다. 드론이든 AI든 새로운 기술 응용과 새로운 수준의 국방비 지출은 치명적이지만 흥미진진한 혁신을 약속한다. 기술 우위 경쟁도 엄청난 인류 진보를 촉진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미래를 우려하는 행위자들은 유럽연합(EU)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연결하는 무역 협정 같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미·중 긴장은 희토류 공급망과 기타 전략물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동맹을 촉진할 수 있다.

브랜즈 교수는 "지정학은 엄격한 학문이지만 암울할 필요는 없다"면서 "혼란스러운 세계의 윤곽을 그려내는 것이 기업 지도자들이 관리해야 할 위험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열쇠"라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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