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자동차와 기타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내각회의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시행 시점으로 4월 2일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4월 2일부터 관세가 시행될 것이다. 원래 4월 1일에 하려 했지만, 미신을 좀 믿는 편이라 하루 늦춰 4월 2일로 정했다"며 "모든 품목은 아니지만 상당수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 관계자는 당초 설정된 3월 4일 관세 부과 시한이 "현재로서는 유효하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가 국경 단속 강화와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 및 펜타닐 유입 차단 조치를 얼마나 취했는지 검토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내각회의에서 "펜타닐 관련 조치는 30일 동안 중단됐지만, 4월 2일이 '전체적인' 관세와 관련한 중요 결정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펜타닐 문제는 국경에서 계속 대응하고 있다"며 "30일이 끝날 때쯤 멕시코와 캐나다는 대통령이 요구하는 수준의 조치를 취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충족했다면 유예 조치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상승했다.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장관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행정명령을 서명하기 전까지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여전히 관세를 피하는 것이며, 필요하면 유예를 연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 만약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캐나다는 전략적이고 타깃화된, 그러나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경제부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지만,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장관이 27일 새로 임명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와 만나고, 28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초부터 EU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역 보좌관들은 EU의 부가가치세(VAT)가 사실상 관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EU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결정을 내렸으며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25%가 될 것이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품목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캐나다와 달리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 자동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실상 우리의 농산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EU는 미국을 골탕 먹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저해하는 부당한 장벽에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법적이고 비차별적인 정책을 문제 삼는 관세 조치에도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시장으로, 미국에도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왔다"고 반박했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26일 워싱턴에서 미국 의원들과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는 따로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미 상원은 찬성 56표, 반대 43표로 제이미슨 그리어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무역전쟁을 주도했던 핵심 인사가 USTR을 이끌게 됐다. 그리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 출신 상원의원 2명을 포함해 5명의 민주당 의원이 그의 임명을 지지했다.

미국 무역협회들은 그리어의 임명을 환영했다. 제이크 콜빈 전미외국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그리어 대표의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무역정책을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신속히 재협상해 중국이 이 협정을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즉시 USMCA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자동차 및 항공우주 산업을 포함한 원산지 규칙을 더욱 엄격히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산지 규정과 부가가치 기준을 재검토해 미국이 우려하는 특정 국가(중국 등)의 부품이 미국 시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