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맹위를 떨치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한풀 꺾이면서 29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주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이후 이번 주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달러화의 랠리가 주춤했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공약에 동의하지만, 점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정부 지출 억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채 금리 하락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롱(매수) 포지션이 거의 1년 만에 최대 규모에 달하면서 차익실현 움직임이 확산했다.
일본 도쿄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치를 상회하자 일본은행(BOJ)의 다음 달 금리 인상 관측이 강화되며 특히 엔화 대비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 가격을 제외한 도쿄의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전월의 1.8%와 전문가 예상치인 2.1% 상승을 웃돌았다.
뉴욕 시장 후반 달러는 엔화 대비 1.2% 하락한 149.68엔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9.53엔까지 하락하며 지난달 2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한때 지난 12일 이후 최저치인 105.61까지 떨어졌다. 달러 지수는 장 후반 105.80에 거래됐다.
전일 미국 추수감사절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이날도 단축 거래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에서도 전반적인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다.
시드니 소재 내셔널 호주은행(NAB)의 레이 아트릴 외환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달러화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 때문에 달러화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월중 최고치인 4.5%에서 하락한 것과 연관이 있으며 달러/엔 환율이 하락의 선봉에 섰다”고 말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1% 하락한 1.056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가 랠리를 펼치면서 유로화는 월간으로 약 3% 하락해 2022년 4월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하우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다음 달 더 큰 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면서, 전일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의 매파적 발언을 반박했다.
이날 발표된 프랑스의 11월 CPI 상승률은 예상치에 부합했고, 하루 앞서 공개된 독일의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11월 물가 압력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소재 스톤엑스 파이낸셜의 밍쩌 우 외환 트레이더는 “시장이 여전히 미국 달러에 대한 내러티브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1월 트럼프의 취임식 전까지 시장이 횡보할 것으로 예상하며, 트럼프가 정책을 발표하면 달러화의 방향성이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