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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촉발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韓 ‘롤 메이커’로 나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 예비협상 참여 선언 직후 中 방문
왕이 외교부장에 중국 배제하려는 수단 아님 설득
9월 초 열릴 칩4 예비협상에서 적극적 의사 반영 예정
한국 등 5개국,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비중 차지
어느 한쪽이 빠지면 모두가 볼 피해 예상보다 클 듯
中 한국이 칩4에서 자국 견해를 전달할 것이라며 시각 변해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2-08-10 11:26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이미지 확대보기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미국의 ‘칩4(CHIP4)’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에 한국이 중재자인 ‘롤 메이커(Roll Maker)를 자임하며 갈등 해소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 8일 칩4 예비협상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9일에는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이 문제를 상의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칩4‘ 참여를 견제하는 중국 측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설득하는 한편 이를 해소하는 방안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4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반도체 설계(미국)와 위탁생산(한국·대만), 소재(일본) 분야에서 각각 강점이 있는 네 나라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위해 협력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중국은 칩4를 ‘동맹’이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이슈로까지 거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칩4 예비회담에서도 미국 측에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낙오시켰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한편, 협의안 작성 과정에 적극 의견을 개진해 국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미국, 대만, 일본과 중국은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판매‧구매 등 전 부문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측면에서 본다면,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의 수출과 수입에서 이들 4개국 비중이 절반을 넘어 60%대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일본에서 반도체 소재를 수입해 미국 등에서 들여온 반도체 장비로 국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한 뒤 중국으로 수출, 현지 사업장에서 가공해 반도체 모듈과 시스템반도체를 제조한 뒤 다시 한국으로 수입한다. 또한 대만 등에서 수입한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 등과 함께 만든 완제품을 대만과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중국이 배제되면 한국이 입을 피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래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뉴시스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대만, 일본으로서도 한국의 의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반도체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모두 절반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제한받는다면 관련 제품 생산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중 간 다툼에서 한국이 롤 플레이어를 자임하고 나선 배경에도 ’메모리 파워‘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3nm(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m)급 극초 미세회로 공정의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며 위상을 키운 상태다. 양안 분쟁으로 중국과 대치 상황인 대만과 소재를 제외하면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이 떨어진 일본은 중재자로 나서길 원하지 않으며, 설사 나선다 해도 존재감이 한국에 비해 처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강력히 비판했던 중국 언론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칩4 안에서 ’야당‘ 역할을 하며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에 저항하길 기대하는 중국의 의중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9일 사설을 통해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칩4)에 합류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며 “이는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체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썼다.

이 매체는 별도의 기사에서 “미국의 압력에 직면한 한국 정부는 칩4 동맹 가입을 거부해 미국을 상심케 하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광활한 중국 본토 시장에서 경제적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중국의 분노를 유발하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에 담장 사이에 앉아 있는 형국”이라고 썼다.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칩4 가입 협상 과정에서) 대중국 수출 및 기술 제한 등에 관한 것을 포함해 더 많은 요구 사항을 제기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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