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가 추진해왔던 북극해 지역 대규모 LNG 개발 계획인 ‘야말 프로젝트’도 좌초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해당 선주와 선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러시아 국적 선사로, 북극해를 오갈 수 있는 쇄빙LNG선으로 추정된다. 3척 수주액은 1조137억원(계약환율 1달러=1162,50원 적용시 미화 8억7200만달러)로 척당 2억9000만달러에 달해 17만4000㎥급 일반 LNG선의 평균 건조가격 1억8600만달러보다 1억달러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1척에 대해 선주의 건조 대금 지급이 기한 내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계약에 따른 당사의 권리 보호 및 후속 절차 진행을 위해 당사가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으로 동일한 선종 3척 건조계약도 다른 유럽선사와 체결했다고 발표해 수주 규모는 2조274억원에 달했다.
세계 최초로 쇄빙LNG선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야말 1차 프로젝트에 투입할 15척의 쇄빙LNG선을 전량 수주한 바 있으며, 2차 프로젝트 6척 일감도 확보해 북극해 유전 개발 사업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모든 상황을 뒤바꿔놓았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금융제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기 건조중인 선박 대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측에 선박을 인도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상황이 개선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으나 결국 첫 피해는 대우조선해양이 떠안게 되었다.
피해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계약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측에 “상기 계약에는 선주가 이행해야 하는 조건이 있으며, 그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행조건은 기밀유지협약에 의해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더불어 현재와 같은 대금 미지급 사태 가능성을 예상하고 별도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선박은 내년 말까지 선주에 인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1호선의 건조 진척도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2호선, 3호선 등 후속 선박도 건조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쇄빙LNG운반선 인도와 함께 LNG 생산을 시작하는 야말 프로젝트2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남은 선박 건조계약도 모두 해지해야 할 수도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