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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세무조사로 드러난 암표상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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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국세청은 지난 6일 사립학교 교사부터 전문 암표 기업까지 총 17개 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암표상들의 천태만상(千態萬象)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공공기관 근무자는 물론, 사립학교 교사, 전문조직 등 기업형 암표 업자 등 다종 다양하다. 이 업계에서도 승자독식의 법칙이 적용돼 상위 1%가 전체 거래의 절반을 독식하고 정규직 대졸 초임을 훌쩍 뛰어넘는 거액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 국민 모두가 누려야할 문화적 기본권을 빼앗은 대가로 세무조사를 받을 만큼 큰 이익을 보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자들은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의 판매 인원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단 400여 명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거래를 독식하고, 암표상 1인당 연간 280여 건, 거래금액은 정규직 대졸 초임을 훌쩍 뛰어넘는 6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암표상 중에는 공적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저버린 채 암표 거래를 지속한 공공기관 근무자・사립학교 교사를 포함돼 있었다. 전문조직과 협력업체를 갖춘 기업형 암표 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총 17개 업자다. 이들은 수만 건 이상의 거래를 통해 최소 200여 억원이 넘는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국세청은 추정하고 있다.

암표상들은 다양한 수법을 썼다. 온라인 플랫폼·중고 거래 커뮤니티를 활용한 티켓 재판매, 암표 업자가 티켓 구매 희망자를 대신해 예매하는 대리 티켓팅 인 '댈티', 불법 예매를 가능케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팔고, 예약 대기 없이 즉시 예매가 가능한 인터넷 주소인 직접 예약 링크를 판매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과 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사진=국세청  이미지 확대보기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과 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사진=국세청


A 씨는 주요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 공연·프로야구 입장권 등을 재판매하는 암표 업자로 주로 국내 최정상 가수의 공연과 뮤지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취급한다. 주요 공연의 경우 입장권 정가 대비 약 15배에 이르는 240만 원에, 주요 프로야구 경기는 10만 원 수준의 입장권을 200만 원가량으로 재판매해서 폭리를 취한 암표 업자로 활동하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B 회사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한류 콘텐츠 관련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모객을 위해 관광객에게 K-POP 콘서트의 암표를 판매하는 암표 업체로 드러났다. 고 거래형 암표 업체 회사에 티켓당 10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암표를 매수했다. 이 회사는 100여 명의 티켓팅 아르바이트생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리 티켓팅을 시켜 암표를 확보했다. 이를 관광객 등에게 판매하거나 정가의 2.5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인터넷에 재판매했다. 6년 동안 4만여장을 판 것으로 파악된다. 암표 사업으로 이 회사가 얻은 수입은 총 100억 원에 이른다.

C씨는 SNS와 중고 거래 커뮤니티를 통해 명품 잡화를 판매하면서 공연·스포츠 경기 입장권까지 취급하는 암표 업자다. 수백 건 이상의 거래를 계속하면서도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세금 신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중고 거래 커뮤니티 외에 개인 SNS를 통해 암표 등 판매를 홍보했다. 판매 대행 자료 등의 생성을 회피하기 위해 개인 계좌로 판매 대금을 받았다. 그는 신고한 소득이 없는데도 5년 간 신용카드로 약 30여억 원을 결제하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 5억 원 상당의 해외 주식도 매수했다. 그가 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돈은 35억 원 정도다.
공연 암표판매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번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경비를 부풀려 세금을 축소한 전문 암표업체. 사진=국세청 이미지 확대보기
공연 암표판매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번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경비를 부풀려 세금을 축소한 전문 암표업체. 사진=국세청

D씨는 티켓 예매 의뢰자에게 공연·스포츠 입장권을 확보해 주고 건당 10만 원 상당의 성공 수수료를 받는 대리 티켓팅 업자다. 주로 유명 발라드·트로트 가수의 공연과 뮤지컬, e스포츠와 배구 경기 등 취급했다. 1인당 예매 입장권 수가 제한된 티켓 예매처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과 10여 개의 사용자 계정을 이용했다. 그는 6개월간 1200여 건에 이르는 표를 대리 티켓팅했다. 그는 1대일 채팅이 가능한 SNS를 통해 차명계좌 번호를 알려주고 현금으로 대금을 받았다.

암표상들이 소득을 감추는 수법은 시간이 갈수록 교묘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암표상들을 뿌리뽑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세청의 정밀한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는데도 암표상의 활동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불법 활동으로 얻는 수익의 유혹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그렇지만 영원한 것이라는 있을 수 없다. 국세청의 감시망을 벗어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암표 판매와 소득불신고, 세금 탈루를 일삼는 이들은 세무조사로 그간 불법 수익을 올리고 소들을 빼돌리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들인 공은 수포로 돌아가고 세금충징이라는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건전한 문화생활 권리를 침해하는 암표상이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로 사라지길 바란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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