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박영순 전 구리시장이 민선8기 시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시민을 우롱하는 행정"이라 주장하자, 백경현 시장이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하게 대응했다. 성명서와 반박 자료가 오가는 과정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구리시의 미래 비전에 대한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은 성명서에서 구리시의 인구 감소, 지역 경제 침체 등을 들어 백 시장의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지적은 단순히 현시점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말 속엔 "구리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과거의 시선이 묻어 있다. 반면 백 시장은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됐던 GWDC 사업을 언급하며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은 과거 무리한 사업 추진에서 비롯됐다”고 반격했다.
이 논란은 단순한 정치적 설전 이상의 함의를 내포한다. 과거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GWDC 사업은 구리시의 대규모 투자 유치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명확한 실행 계획과 재정적 근거 부족으로 실패로 끝났고, 그 후유증은 구리시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백 시장은 이를 지적하며 “구리시의 현재 어려움은 과거의 잔재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는 과거의 실패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백 시장의 반박이 모든 문제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박 전 시장이 주장한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는 여전히 현재 구리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건축과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인구 감소라고 해도,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시민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개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필요하다. 백 시장이 내세운 상권활성화재단 운영과 롯데마트 재개장 준비는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경제 활성화의 모든 해법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논쟁에서 아쉬운 점은 정치적 공방이 시정 운영에 대한 건설적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시장의 비판이 단순히 과거 실패를 묻으려는 시도로 보이는 만큼, 백 시장의 반박도 미래 비전보다는 과거의 책임을 묻는 데 치중했다는 인상을 준다.
시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정치적 공방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해법이 어떻게 구리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를 비판하며 현재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현재를 공격하며 과거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시도도 모두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거와 현재의 대립 속에서 구리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백 시장과 박 전 시장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기보다 시민들의 삶을 중심에 두고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정치적 설전이 아니라 정책적 해법과 실행력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때다.
구리시는 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도전을 냉철히 분석하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치적 대립으로 끝나지 말고,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책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