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아시아·태평양판 나토화(化)는 한·미 보수 성향의 안보 전문가들이 주로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3국 안보협의체를 각국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다자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킬 때 비로소 중국의 패권 추구에 따른 위기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최대 안보 의제는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3국 안보협의체가 다자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토처럼 회원국들에 미 전술핵무기가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더라도 북·중의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최종 선택지를 요청받는다. 그것은 바로 북·중의 핵·미사일 선제공격 위협에 맞서 안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서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다자 군사동맹으로의 발전과 자체 핵무장 추진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관건은 중국의 도전에 맞선 미국의 역내 동맹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동맹 전략은 나토처럼 다자 군사동맹이 아니다. 미국의 동맹 전략은 2021년 미국·영국·호주 3국 간 소자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모델로 한 여러 소자 안보협력체를 만들어서 중국의 군사 패권 도전을 저지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우리의 자체 핵무장도 당장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자체 핵무장이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나토화보다 전략적 중요성이 훨씬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는 우리가 자체 핵무장 의제를 살려 나갈수록 미국이 3국 안보협의체와는 별개로 한국에 북·중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여러 지원을 계속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자체 핵무장론의 확산이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선 한국의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선언’ 발표로 이어졌고, 8·18 한·미·일 3국 안보협의체의 출범도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한·미 양국에서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시급하다는 담론의 확산이 바이든 행정부가 워싱턴 선언에 이어 3국 안보협의체 합의에 나서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언덕이 되어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북·중의 핵 위협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제한적 승리 전략으로, 3국 안보협의체의 나토화는 미국의 대중 완전한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볼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는 전자에 대해선 큰 부담 정도로만 여길 것이지만 후자에 대해선 중국의 붕괴를 노린 미국의 전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런 만큼 나토가 지난해 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로 확장하려 하자 러시아가 곧바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의체와 오커스·쿼드 등을 묶어 아·태판 나토로 전환하려 할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태판 나토의 출범 시 중국은 북한의 붕괴 시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평양과 청천강 라인의 북쪽인 북한의 북부 지역을 중립화함으로써 통일 한국과 중국 간 완충지대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오커스와 쿼드 등과 묶어 아·태판 나토로 전환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3국 안보협의체를 잘 유지하면서 자체 핵무장 의제를 계속 살려 나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