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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는 자녀가 어떻게 행동하든 변하지 않는 사랑주어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34)] 무조건적 사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2-05-04 10:56

부모는 자녀가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자녀의 행동에 따라 사랑이 변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부모는 자녀가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자녀의 행동에 따라 사랑이 변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모든 생명체는 잠재력을 실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경향은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다. 이 경향은 본성적인 것이다. 즉, 모든 생명체는 이 경향을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태어난다. 이 경향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제일 무난한 것은 아마 생명력(生命力)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생명력은 도처에서 경의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이름 없는 조그마한 들꽃들을 바라보면서 누구라도 그 작은 생명체의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심(敬畏心)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잠재력이 실현되는 모습은 동일하지 않고 다양하다. 잠재력이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실현되는지는 환경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똑같은 잠재력을 가진 콩을 여러 환경에서 키우면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햇볕이 잘 드는 옥토에 심으면 크게 자라 많은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건조한 자갈밭에서 자라면 줄기도 똑바로 서지 못하고 결실도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어둠침침한 광에서 물만 주면 하나같이 콩나물로 자라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옥토에서 자란 콩과 광에서 자란 콩나물이 같은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생명력은 도처에서 경이로움 불러일으켜


옥토에 뿌려져서 잘 자라 큰 결실을 맺은 콩만 잠재력을 실현한 것이 아니다. 자갈밭에서 말라 비뚤어지면서도 죽지 않고 견디는 콩이나, 어둠침침한 광에서 콩나물도 커가는 콩도 다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잠재력을 더 이상 실현하지 않는 순간 죽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현재의 모습이 제일 바람직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콩나물이 주어진 환경 속에는 그렇게 성장하는 것도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것을 사람들이 인위적인 목적을 위해 그렇게 성장하도록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콩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없고, 결실을 맺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경험 중에서 잠재력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은 계속 하려고 하고 방해되는 경험은 피하려고 한다. 즉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데 도움과 방해가 되는 경험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으로 되는 것이다. 태어난 후 학습과 경험을 통해 터득한 기준에 맞추어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은 유명한 인본주의 상담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유기체적 평가과정(organismic valuing process)'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모든 생명체에게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모든 경험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

생명체는 유기체적 평가과정에 의해 자동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환경은 그 행동에 대해 보상과 처벌을 한다. 이 상호작용의 결과로 행동의 학습이 일어난다. 즉, 주어진 환경에서 보상을 받은 행동은 계속 하게 되고, 처벌을 받은 행동은 억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에 잘 적응한 생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최고의 잠재력 실현인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조건은 잠재력이 제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움만 주고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환경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환경이다.

콩나물도, 커가는 콩도 잠재력 최대한 실현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도 태어날 때의 잠재력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실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일란성쌍생아마저도 서로 다르게 성장해간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잠재력이 다르고, 태어난 순서 등에서 환경적인 차이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라나면 잠재력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최대한 실현할 수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최선을 다해 잠재력을 실현하지만 결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다른 생명체에서는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강력한 환경이 있다. 그것은 각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내적 환경, 즉 '자기관(self-concept)'이다. 자기관은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인간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며 살아간다. 그 대답이 자기관이다. 사람만이 유일하게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 대답에 근거하여 살아간다.

자기관이 중요한 이유는 알단 형성되면 '자기'를 실현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또 하나의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힘을 '자기실현' 경향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만이 유일하게 두 가지의 실현 경향을 가지게 된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려는 경향과 자기관대로 살아가려는 경향이다. 이 경향이 두 경향성이 같은 방향이면 사람은 평안함을 느끼고 잠재력이 실현되어 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잠재력 실현 경향과 자기실현 경향이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하면 갈등을 느끼고 고뇌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와 고뇌는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 사람은 잠재력과 자기관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한 어린이가 친구들과 전쟁놀이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자주 친구들을 불러 모아 전쟁놀이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대장이 되어 지휘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집으로 데려와 타이른다. "너는 여자야. 여자는 전쟁놀이하는 게 아니야. 여자는 여자답게 놀아야 해." 그리고 그 후 또다시 전쟁놀이를 하면 야단을 쳤다. "너 계속 아빠 말을 안 들으면 나쁜 아이야. 그러면 아빠는 널 미워할 거야." 결국 이 여자애는 자신이 좋아하는 전쟁놀이를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르쳐주는 여자다운 소꿉장난을 하기 시작한다. 이 경우 이 어린이는 전쟁놀이를 즐기면서 실현되는 잠재력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여자다운' 놀이를 하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부모와 사회가 규정해놓은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생명체는 유기체적 평가 과정에 자동 행동


아버지의 인정이 필요한 어린이는 자신이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놀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로 자신은 그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만들어간다. 이것이 '자기관'이다. 일단 자기관이 형성되면 사람은 그 자기관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래야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가 전쟁놀이 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고 잘 한다고 인정해주면 이 어린이는 잠재력이 실현되는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자신은 전쟁놀이를 잘하는 사람으로 자기관이 형성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잠재력과 자기관이 일치된 방향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부모는 어떤 부모이고, 자녀를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하는가? 한 마디로 좋은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부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unconditional)'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부모들이 혼란을 일으킨다. 어떻게 무조건적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녀가 무슨 짓을 하든지 놔두어야 하는가? 아무리 자녀가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혹시 그 행동이 사회적 관습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도 인정해주어야 하는가?

물론, 부모는 자녀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는 이를 제지하고,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말도록 교육할 책무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따끔하게' 체벌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래야 자녀가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이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자녀의 행동에 따라 부모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무조건적이다. 다시 말하면.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면 사랑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미워한다는 의미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자녀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조차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녀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무조건적이다. 즉 부모의 사랑은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자녀를 야단칠 때도 미워서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그래서 네가 이런 행동을 할 때 마음이 아파. 그런 행동을 안했으면 좋겠어." 이번 '어린이 날'에는 모든 어린이들이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을 느끼는 즐겁고 복된 날이 되기를 바란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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