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선 속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속 인하까지 더해져 원화 약세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부각 되고 관세 충격과 수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상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등 우리나라 경제 수장들은 이미 ‘과거의 1400원과 지금의 1400원은 다르다’는 취지로 정책의 새판을 짜고 있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전 거래일(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1394.4원으로 개장해 1394.7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25일 1402원대를 기록한 뒤 4거래일 연속 1390원대 선에서 머물렀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움직임에 크게 동조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7월 16일(이하 한국시각) 환율 하단은 1384.00원으로 전장보다 약 7원 급등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하가 공식화되며 1319원대까지 하락, 말일인 30일 장중 1303.4원으로 연내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부각 되면서 10월 중순 장중 1380원대를 돌파, 그의 당선 이후 환율은 2년 만에 종가 1400원을 뚫었다.
치솟은 환율에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는 동결로 결정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미금리 차가 커지면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미국으로 투자수요가 이동,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0.25%포인트(p) 인하한 3.00%로 결정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깼다. 한은 금통위는 직전 통방인 10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낮춘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금리 차는 1.75%포인트(p)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약화했고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증대돼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환율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내수 진작을 택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리나라 향후 경기 전망도 어두워 내수 부양이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2%, 1.9%로 하향 수정했다. 오는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내년도보다 낮은 1.8%로 예측했다.
한은은 국내 수출 문제와 상방 압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수출 주도 품목인 반도체가 중국의 저가 공세로 힘을 쓰지 못하는 데다 석유화학·철강제품도 대중국 수출에서 크게 부진하다는 이유다. 이에 더해 내년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향방이 국내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관측이라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 수장들은 환율 부담을 의식한 듯,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최 부총리는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 총재는 “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는 변동성에 중점을 둔다”고 각각 강조했다. 1400원대를 용납 가능한 상한선으로 정해두던 암묵적 인식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