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깜짝 발탁'되면서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그룹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 내부나 지주 임원이 차지하던 KB국민은행장에 KB금융 출범 이래 첫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은행장으로 선임했다는 점에서 양 회장의 비은행 강화 의지가 담겼는 해석이다.
이에 KB금융의 다른 계열사와 KB국민은행 내부에 양 회장의 색깔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지는 인사 태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이달 중순께 이미 후보가 결정된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차기 수장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추위가 12월 14일 KB증권,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CEO 후보를 발표했는데 올해도 14일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은행, 증권, 카드 중 1~2곳에서 수장이 교체되는 수준의 변화를 예상했었다. 특히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경우 올해 최대 악재였던 홍콩 ELS 사태를 무난하게 수습한 데다 임기 중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해 왔다는 점에서 무난한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차기 은행장으로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 대표가 내정되면서 예상보다 KB금융의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의 연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미 이 대표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3년(2+1년)의 임기를 마쳤다. 이미 임기 3년을 수행한 상황에서 3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이 임기 3년을 수행한 뒤 연임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도 있다.
이환주 대표가 KB국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KB라이프 대표에는 KB국민은행 부행장 또는 지주 부사장 출신 인사가 발탁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현 대표(IB부문)· 이홍구(WM부문) 각자 대표 체제인 KB증권의 경우 김 대표가 2019년부터 6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은 대표들의 임기가 1년 밖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 유임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에서도 인적 쇄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나는 KB국민은행 임원은 부행장 포함 35명으로 이환주 차기 행장 취임에 발맞춰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이 취임 1년 차에는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뒀다면 2년 차부터는 본격적인 자기 색깔 입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룹의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은 만큼, 급격한 변화는 최소화하겠지만, 양 회장의 경영 목표에 따라 향후 변화의 폭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