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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 ‘우한폐렴’ 사태는 시진핑에만 충성하는 무능한 관리들이 초래한 재앙

김경수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20-01-29 00:00

우한시의 한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환자와 의료진.이미지 확대보기
우한시의 한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환자와 의료진.

지난 2012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8차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14억 중국인을 지도하는 9,000만 공산당원의 수장)에 선출됐다. 이때 시진핑 신임 총서기는 자신의 방침으로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내세웠다. 이는 ‘부강, 민주, 문명, 화해,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 성신, 우선’의 12개 단어 24개 문자를 향후 중국에 착근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회주의 핵심가치관 추진운동의 모범도시를 선언한 곳이 후베이 성의 성도 우한시와 이 성의 황스시(黄石市)였다. 특히 왕샤오둥(王暁東) 당시 후베이성 부성장과 저우셴왕(周先旺) 후베이성 상무청장 콤비가 선봉장이었다.

■ 시진핑 찬양으로 출세한 후베이 성장과 우한 시장

이들이 벌인 추진운동은 일례로 거리의 번화가 등에 시의 거민위원들을 동원해 행차하는 시민들에게 “시진핑 신시대의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은?”이라고 묻는 것이었다. 대답을 못하면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의 모범도시 시민답지 않다며 그대로 체포해 인근 연수원으로 끌고 간다. 거기서 ‘12단어 24문자’를 외우면 석방된다는 것이다.

이런 추진운동은 공산당 정권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7년 8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와 국무원 민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말단조직이 ‘모범도시’ 우한에 시찰 가는 것을 장려했다. 또 실적이 평가된 왕샤오둥은 2017년 7월 후베이 성장으로 승진했다. 저우셴왕도 2017년 3월 후베이성 부성장으로 승진하고 2018년 9월부터는 우한 시장도 겸임하게 됐다. 이렇듯 시진핑 총서기를 찬양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들 아래서 벌어진 것이 이번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소동이다. 왕 성장과 저우 시장 콤비는 약 1개월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을 은폐했다.

■ 우한시민 분노에 기름 부은 코미디 같은 기자회견

피해가 커진 뒤 이 콤비는 이미 우한으로부터 도피했다는 설까지 유포됐을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설날 연휴 이틀째에 해당하는 1월26일 밤 두 사람은 마침내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회견에서 왕 성장은 “우리 성은 연간 108억장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어 아무 문제도 없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옆의 관료가 황급히 왕 성장에게 속삭인 뒤 18억장이다”라며 황급히 정정했다. 다시 옆의 관료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속삭이자 “108만 장이다”라고 또 다시 정정하는 코미같은 일이 벌어졌다.

또 다른 책임자 중 한사람인 저우 시장은 회견 시에 마스크를 거꾸로 쓰고 있는 것이 발각됐다. 그래도 회견이 끝나 이후 “오늘 나의 성적은 80점”이라며 뻔뻔하게 자기변명을 했다.어쨌든 6000만 명의 후베이 성 주민 및 1,100만 명의 우한 시민들은 거의 처음 접한 성장과 시장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이런 바보 같은 놈들이 성장과 시장이라니”라며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성장이나 시장 등의 직선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모두 시진핑 총서기가 수장으로 있는 당 중앙이 결정한다. 그 때문에 성장이나 시장이 되는 조건은 ‘얼마나 현지에서 행정능력이 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당 중앙에 대한 추종능력이 있는가’가 그 기준이다.

전임 후진타오 정권 때도 그런 경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좀 더 지방 지도자들 중 많은 재는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시진핑 정권 들어 8항 규정이라는 뇌물금지령을 내리고 후진타오 시대에 재능을 발휘했던 관리들에게 부패간부 딱지를 붙여 줄줄이 붙들어 갔다. 시진핑 정부 첫 5년간 153만7,000명의 간부가 실각했다.

대신해 기용된 것이 ‘능력은 별 볼일 없지만 시진핑 총서기의 지시나 강화에 절대충성을 맹세하는 간부들’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진핑 총서기의 지시만큼은 몸과 마음을 바쳐 실행하되 그 밖의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현지시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베이징의 시진핑 총서기만 보고 일하는 것이다. 또 그런 상사 밑에서 인정받는 부하들도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면서 무능하지만 끈끈한 엿과 같은 조직이 되고 말았다.

■ SNS, 인터넷에 비난의 글 올라오면 곧바로 삭제

다시 우한의 현실로 되돌아가면 1,100만 우한시민의 성장과 시장에 대한 분노는 갈수록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있다. 특히 26일의 바보 같은 회견이 결정적이었다. 인터넷과 SNS에는 그런 분노에 찬 우한시민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지만 곧바로 삭제되고 있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것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노벨문학상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고 있는 중국인 여류 작가 팡팡(方方)의 글이다.

그녀는 1955년생으로 우한에서 자라며 우한대학 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후베이 텔레비전의 사원을 거쳐 작가가 됐으며 현재는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을 맡고 있다. 그녀는 왕 성장과 저우 시장의 회견이 있은 다음날인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관해 ‘웨이보’에 장문의 메시지를 썼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제 후베이 성 기자회견이 물의를 빚고 있다. 많은 사람이 비난하는 것을 보았다. (회견에 나온) 3명의 간부들은 회견 자리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자신들도 “혼란스럽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가엾은 일이다. 그들도 가족은 우한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자책감은 진짜일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것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우한당국은 초기에 사태를 경시해 대응이 늦기 일쑤였다. 또 23일 우한을 봉쇄한 전후의 당국의 무능력은 모든 일반 시민에게 공포감와 희생을 안겼다. 그것들에 대해서는 머지않아 상세하게 쓰고 싶다.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후베이성 당국의 표현능력은 중국 당국의 평균적인 수준의 표현능력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후베이성 당국의 수준이 다른 성보다 낮은 것은 아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오히려 운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당국 사람들은 문서로 지시를 받아 일을 하고 일단 문서가 없어지면 무기력해진다. 그러니까 만약 다른 성에서 같은 사태에 빠지면 그 성의 당국의 사람들이 후베이 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는 공직사회에 역 도태(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도태)가 이뤄지고 있다는 나쁜 결과인 것이다. 공허한 정치, 정확히 말하면 사실에 입각해 일을 하지 않는 데 대한 나쁜 결과다.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관제가 아닌 매체가 진상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지 말라. 우리는 누구나 판단능력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우한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소동은, 단지 먼저 일어나 버린 장소가 너무 컸다고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긴 대작가의 메시지는 올라오자마자 금세 삭제되고 말았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이나 SNS의 제거와 같은 정도의 의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제거하는 데 노력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사진없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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