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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춘추시대보다 못한 장애인 비하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1-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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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晉)나라가 극극이란 사람을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했다. 제나라 임금은 격식을 갖춰서 극극을 맞았다. 하지만 모양새만 갖춘 격식이었다. 장막 뒤에 자신의 모친을 숨겨두고 있었다.

극극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동작이 보통 사람과 같을 수 없었다. 걸음걸이가 어색했다. 제나라 임금의 모친은 장막 뒤에서 그런 극극을 몰래 훔쳐보며 즐겼다.

그렇더라도 웃음만큼은 피해야 했다. 남의 나라 사신을 흉보며 웃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참다못해 결국은 킥킥거리고 말았다.

제나라에는 극극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온 사신이 있었다. 위(衛)나라 사신은 애꾸, 조(曹)나라 사신은 꼽추, 노(魯)나라 사신은 머리카락이 없었다.

제나라 임금은 자기 모친에게 이런 ‘장애인 사신’을 구경거리로 보여주기 위해서 장막 뒤에 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극극은 화가 상투 끝까지 치솟았다. 사신의 임무마저 포기한 채 귀국해버렸다.

극극은 제나라와의 국경인 황하에 이르러서 각오를 다졌다.

“이 치욕을 갚으러 오기 전에는 황하를 건너지 않겠다.”

고국에 도착한 극극은 임금부터 알현했다. 제나라를 치자고 건의했다. 극극은 망설이는 임금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2년 뒤에야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극극은 앞장서서 출전했다. 화살을 맞아 흘러내린 피가 ‘발뒤꿈치까지 적실 정도로’ 맹렬하게 싸웠다. 궁지에 몰린 제나라 임금이 강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극극은 단호했다. 항복을 받아들이는 조건은 하나뿐이었다.

“나를 구경하며 조롱한 너희 나라 임금의 모친을 인질로 바쳐라!”

장애인에 대한 조롱은 이렇게 아득한 춘추전국시대에서부터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장애인은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보낼 정도로 여러 나라에서 차별 없이 등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여당의 대표가 장애인을 비하하고 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는 더 있었다. 2018년 12월 28일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된 분들이 많아 저도 놀랄 때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는 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좀 쉽지 (않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했었다.

논란이 되자 사과는 했다. 하지만, 1년 전에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는데 또 비하였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 이주여성, 경력단절 여성 등을 두고 그간 수차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자 “자꾸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말씀을 안 드리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장애인은 푸대접이다. 정부기관마저 장애인 의무고용을 외면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 아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대한민국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