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G 칼럼] 박근혜의 ‘갈등 해소’ 방안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1-16 00:10

center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고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말이다. 오랫동안 나뉘어 있던 것은 반드시 합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던 것은 반드시 갈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남의 말’이다. 그만큼 오래 갈라져 있었으면 합쳐볼 마음이라도 생길 만한데, 계속 갈라지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 간의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이제는 재판 결과에 맡기고,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고 밝히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연말을 앞둔 작년 12월 26일 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서울 동부구치소 앞 한쪽에서는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요구하는 집회가, 다른 한쪽에서는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영장 발부”, 다른 쪽에서는 “영장 기각” 구호가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조국 구속”, 다른 한쪽에서는 “조국 수호”였다.

그 갈등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윤석열 사퇴", "추미애 탄핵"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도 갈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작년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성인 387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가운데 80%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갈등수준이 ‘심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슨 일만 터지면 갈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심각한 갈등 해소 방안을 제안한 적 있었다. 지난 2013년 5월,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최근 주요 기간시설이나 님비 현상과 관련된 시설의 설치와 이전을 비롯해 문화재 보존과 개발 사업 등 여러 정책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중립적인 갈등 중재기구를 설치해서 활용하거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상시적인 협의조정기구를 두는 등의 갈등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밝히고 있었다.

2013년이었으니, 거의 7년 전의 ‘방안’이었다. 만약에 그때쯤 ‘기구’가 설치되었더라면, 갈등을 조정하는 ‘노하우’라도 제법 쌓였을 만했다. 하지만 ‘기구’가 설치되었다는 보도는 들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갈등을 끝냈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박 전 대통령처럼 ‘갈등조정기구’를 만들어보자는 얘기는 없었다.

갈등은 가뜩이나 껄끄러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라는 보고서에서 사회적 갈등 때문에 우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지금도 간혹 인용되고 있는 보고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판에, 갈등까지 겹치면서 GDP를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셈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