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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기회 거절한 구자경 회장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19-12-14 12:05



LG그룹은 박정희 정부 때 ‘소총’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 방위산업을 하라는 말이었다.
말이 ‘권유’였지, 사실상 ‘압력’이었다. ‘유신시절’에 정부에서 해보라는 권유는 사실상 ‘지시’였다.

LG그룹은 권유를 받고 기뻐했다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반공’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정부가 권유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유를 받을 정도로 LG그룹의 기술 수준과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했다.

더구나 방위산업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망사업’이었다. 경기에 관계없이 납품만 하면 대금을 결제 받을 수 있는 짭짤한 장사였다.

그러나 LG그룹은 정부의 권유를 ‘거절’했다.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라도 무기만은 만들고 싶지 않다”며 한마디로 거절한 것이다.
LG그룹이 기뻐한 것은 정부가 인정한 ‘기술 수준’ 때문이었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기회’ 덕분이 아니었다. LG그룹은 사람의 목숨을 해칠 수 있는 무기만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LG그룹은 ‘굴러들어올 돈’을 포기하고 있었다. 최고경영자의 ‘철학’ 때문이었다.

LG그룹은 ‘인화’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인화’는 그룹 내부의 인화뿐 아니었다. 경쟁 그룹과의 인화도 중요시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자서전 ‘오직 이 길밖에 없다’에 삼성그룹과 함께 ‘상업방송국’을 경영할 뻔했다고 쓰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제안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상업방송국을 개국했다가 바로 손을 뗐다. 그 이유는 “삼성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LG그룹은 ‘보수적인’ 이미지를 주는 그룹으로 알려져 왔다. 그렇지만 LG그룹에게는 그것이 무형의 자산이었고, 경쟁력이었다. 기업의 이미지는 기업의 생존력을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구 명예회장의 ‘인화’ 중시는 원로 우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퇴임한 경영자에게 고문이나 자문으로 그룹 또는 회사의 대표로 국내외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거나 그룹 연수원에서 교육을 담당하도록 했다. 경륜과 지식을 계속해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또 그룹과의 유대를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LG클럽’을 결성, 퇴임 임원들이 현직 경영자들과 수시로 만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업 기회 부여, 자녀 취업 알선 등 지원책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이런 조치가 평생을 몸 바쳐 일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랬던 구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재계의 ‘큰 어른’이 떠난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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