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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도약에 이르는 강에 관한 명상…이홍재 안무의 '의식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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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 안무의 '의식의 강'
윤미라무용단(예술감독 윤미라 경희대 무용과 교수) 30주년 기념공연 ‘무연지락(舞緣之樂)’(11월 18일 양재M극장에서 공연)에 초대된 창작무용, 이홍재 안무의 <의식의 강>은 좁게는 회사원의 하루, 넓게는 인생을 조망한다. 의식은 젊은이들에게 집중되고, 오브제 ‘구두’가 그들이 살아온 길, 지금의 상황, 미래의 길을 상징한다. 춤을 지탱하는 기본적 도구는 한국무용이다. 현대감각을 가미한 창작무용은 컨템포러리 춤 의식의 현재에 진입한다.

이홍재 안무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고전적 설법 거리를 찾아낸다. “인간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흥미 있는 것이며, 아마도 인간만이 인간에게 흥미를 느낄 것이다.” 노력하는 인간은 방황한다. 방황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순간을 멈추고 싶은 집착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안무가는 인간들에게 신념이 사명으로 바뀔 수 있는 행복이 부여되어야 함에 집중하며, 인간성 존중·일상의 소중함·순간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구축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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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은 인력(引力), 선택, 관습에 관한 상상을 열린 공간으로 확장시킨 다섯 장(場)으로 구성된다. 안무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처절한 시대적 본질과 관념에 대한 허상이 가득한 현시대에 물처럼 강처럼 흘러들어 무엇이 자신을 이끌며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떠한 생각들과 타협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탐색한다. 춤 연기자들은 사회라는 관념을 단순하게 표현하기 위해 전통호흡이나 컨템포러리 동작을 선 순위에 놓지 않는다.

작품에서 현실적이고 다양한 모습은 해학적으로 표현된다. 한국무용 특유의 발 디딤새는 빠른 출근 모습이 되고, 움직임의 강약 조절로 사회 분위기를 암시한다. 사회적 구속은 우리 춤의 들숨 날숨으로 표현된다. 여행 가방을 갖고 나와 불편했던 정장과 구두를 가방에 담는 모습은 일상적 연기의 일부분이다. 모든 것을 가방에 넣고 길 떠나는 모습은 한국적 이음새로 표현된다. 길 떠나는 모습은 마치 컨템포러리 댄스의 빠름과 한국무용의 느림을 표현해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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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화려한 음악에 맞추어 이동 조명이 구두를 비추며, 구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이어서 사람들이 ‘나’의 구두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구두는 젊은이들에게 취업이라는 성공 공식처럼 읽힌다. 장(場)의 끝은 먼저 구두를 신고 높은 곳에 도착한 사람(권력자)을 향해 무용수들이 질주하는 장면이다. 조명은 아침에서 아침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도입부의 조명은 인생의 질주를 그리듯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으로 자신을 꾸밀 수 있게 한다.

음악은 현실을 반영한다. 현실감 창출을 위해 가요 MR로 시작하여, 뉴스로 이어진다. 취업 뉴스가 여러 번 나오며, 그 문턱에 있는 취준생의 모습이 더욱더 초조하고 무언가 취업 만이 성공 공식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음악이 사용된다. 카페의 ASMR을 사용하여, 사회에서 받은 냉대, 외로움 등에 따른 군중 속의 아웃사이더의 상처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가요에서 뉴스, 카페의 효과음, 피아노 음악 등 일상의 음악들과 사운드가 사실감 표현을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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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구두를 신은 모든 무용수는 일상의 회사원이 되어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전력 질주하는 모습,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모습이 연출된다. 전체적인 움직임은 일상의 움직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큰 틀에서 회사원의 일과는 인생의 여정과 비슷하게 설정된다. 작품 속에서 취업은 10대, 출근은 20대, 일은 30~40대, 퇴근은 50대, 퇴근 후 자기 모습은 60대로 표현된다.

3장; 열심히 달려온 자신이 어느 순간 내 삶의 주인인지 본인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연출된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 간절하게 응답을 바라는 모습, 숨쉬기 힘들어 풍선을 산소마스크처럼 사용하는 모습, 풍선에게만 사연을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버거움 등이 표현된다. 큰 풍선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 작은 풍선은 내가 바라보고자 하는 이상향으로 설정된다. 언제나 반개화(半開花)의 순간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위험하다.
4장; 여행 가방을 가지고 나와 사회에서 필요한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담아 떠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황혼을 보며 갈등하는 모습과 중간에 구두로 내 인생의 발자취를 남기고 떠나는 모습, 그리고 당당하게 황혼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마지막의 무대 하수에서 보여주는 밝은 황색 계열의 느낌은 자신이 모든 걸 내려놓고 황혼으로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모든 것들은 구두로 함축되며, 구두로 만든 길이 조명을 받는다.

5장; 인생은 혼자의 삶이 아니듯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모든 것들을 구두라는 함축적 이미지를 만들어 모든 무용수가 한 명씩 나와 내가 걸었던 길이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고 말해주듯 벗은 구두는 내 길의 연장선을 만들어주어, 마치 마지막까지 그 길의 동행을 말해주고 있다. 안무가는 현대적이고 현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연출과 움직임으로 회사원의 하루와 인생이라는 여정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해 내었다. 들뜸과 가라앉힘의 조화는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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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 안무의 '의식의 강'

낙천적 성격의 이홍재는 그동안 자신의 안무작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안무 공식을 터득한 것 같다. 이번 안무작 <의식의 강>이란 제목을 접하고서 작품 전개에 궁금증이 일었고, 여전히 그는 희망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의 에너지원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사선에서 나오는 희망이다. <의식의 강>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인생을 즐기면서 희망찬 삶을 살아가자는 다짐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탄탄한 구성으로 기교적 춤을 보여준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출연: 전현곤, 최병희, 유다혜, 이화연, 이규성, 성민석, 이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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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무가 이홍재

▲경희대 및 동 대학원 졸업, 경희대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경희대 강사, 이홍재무용단 대표, 윤미라무용단 회장, 서울경희댄스아카데미 대표, 대한민국무용단체연합 이사, 제33회 서울무용제 자유참가부문 ‘최우수단체상’, 제44회 전국신인무용콩쿠르 창작무용부문 ‘특상’, 제13회 2019대한민국 교육산업 대상 무용교육부문 ‘대상’, 대한민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대상’,상명대·,추계예대 무용콩쿠르 ‘우수지도자상’, 대한무용학회 무용콩쿠르 ‘안무자상’ 수상

▲대표 안무작: 〈따뜻한 소통〉, 〈모두가 순조롭다〉, 〈잘 지내나요〉, 〈여행〉, 〈그 숨소리마저 가벼운〉, 〈마음. 비롯되어진〉, 〈무제〉, 〈나비로워〉, 〈마음에서 마음으로〉, 〈시간의 무게〉, 〈흐흐흐〉, 〈잇다〉외 다수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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