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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청렴한 게 자랑거리인가?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19-12-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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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魏)나라 때 호위(胡威)라는 관리가 있었다. 청렴하기로 소문난 관리였다.

호위는 형주라는 지방의 자사(刺史)로 출세하고도 여전히 청렴했다. 자사쯤 되면 마음먹기에 따라 재산을 얼마든지 챙길 수 있겠지만 재물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호위가 휴가를 얻어 모처럼 아버지가 있는 고향을 찾게 되었다. 고위 관리가 되었으면서도 시종도 거느리지 않은 채 혼자서 노새를 타고 떠났다.

고향에서 며칠 머문 뒤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비단 한 필을 내줬다. 대단히 비싸고 귀한 비단이었다.

호위는 깜짝 놀랐다. 가난한 집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비단이었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비단을 구했는가 물었다. 아버지는 “너를 주려고 내 녹봉에서 조금씩 저축한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호위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비단 한 필을 주기 위해 월급을 아껴서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으니, 요즈음 용어로 ‘봉급저축’이었다.

호위는 뿌리칠 수 없어서 결국 비단을 받아들고 출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껄끄러웠다. 비단은 너무 값진 물건이었다.

그래서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관리에게 슬그머니 선물하고 말았다. 호위는 이 정도로 청렴했다.

임금이 어느 날 호위를 불러서 물었다.

“그대와 그대의 아버지 중에서 누가 더 청렴하다고 생각하는가.”

호위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청렴함이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청렴함이 알려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아버지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청렴에는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청렴과, 그렇지 못한 청렴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보여주기 위한 청렴’ 경쟁을 벌이는 듯싶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렴도 몇 등급을 받았다는 자료를 잇따라 내고 있어서 그렇다. 어떤 지자체는 청렴도가 2단계나 껑충 치솟았다고 하고, 또 어떤 지자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 등급을 따져볼 일이다. 청렴에도 3가지 등급이 있다는 옛말을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① 자신의 봉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먹다가 남은 것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가는 날에는 한 필의 말로 조촐하게 떠난다.

② 봉급이 아니더라도 명분이 정당한 것은 먹는다. 정당하지 않은 것만 먹지 않는다. 먹다가 남은 것은 자기 집으로 보낸다.

③ 이미 규례(規例)가 서 있는 것은 명분이 비록 정당하지 않더라도 먹는다. 규례가 서 있지 않은 것이라면 자기가 나쁜 선례를 먼저 만들지 않는다. 벼슬을 팔아먹지 않고, 송사와 옥사 때 돈을 받지 않으며, 조세와 공납을 부과하면서 착복하지 않는다.

3번째 등급에만 들어도 청렴한 것으로 쳐줬던 것이다.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그 3번째 등급의 관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개탄했었다.

당연히 청렴해야 정상일 텐데, 몇 등급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오늘날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