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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쪽지예산’과 '쪽지세금’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19-12-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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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꼬리표가 붙어 있는 돈은 훼손된 돈뿐이다.

그러나, 돈이 나라 예산일 때는 ‘꼬리표’가 있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 예산에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이른바 ‘쪽지예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500조 원 넘는 ‘슈퍼예산’이라고 말들이 많은 내년 예산에도 ‘꼬리표’가 적지 않게 붙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부터 ‘꼬리표’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역구인 세종시의 정부안 9억5000만 원인 지역 교통안전 환경개선사업 예산에 5억1200만 원을 더 붙였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역구인 전북 전주병에서 전주 역사 개량에 정부안 14억 원보다 훨씬 많은 10억 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갑에서 고양서 원당지구대 청사시설 취득 예산 5100만 원, 고양시 신도지구대 33억2700만 원을 따냈다.

예결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지역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구미∼군위 IC 국도건설에 정부안 45억6400만 원에 20억 원을 더 확보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지역구를 위해서 예산을 따냈다고 ‘홍보’를 한 의원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이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 본회의에서 로봇직업교육센터 설립을 위한 내년 신규사업 예산 15억5000만 원이 통과되면서 구미에 센터 유치가 확정됐다"고 홍보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만 옮겨도 이 정도였다. 이렇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불어나면서 내년 예산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3조2000억 원으로 정부안 22조3000억 원보다 9000억 원이 늘어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권처럼 SOC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SOC 예산은 올해의 19조8000억 원보다 ‘엄청’ 늘어나고 말았다.

그 예산 역시 국민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세금 거둬서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마치 ‘세금 내는 기계’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세금에 불만이 많다. 가뜩이나 많은 세금이 희한하게 사용되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예산안 처리하느라고 ‘고생’을 한 국회의원들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관행적’인 ‘의원외교’다. 국민은 당연히 그 여행경비까지 세금으로 대주고 있다.

세금이 껄끄럽지 않다는 국민은 없다. 많다. 그래서 국민도 요구해보고 싶은 게 있다. 세금에도 국회의원처럼 ‘쪽지’를 붙여서 세금이 사용될 곳을 정해놓는 것이다. 이를테면 ‘쪽지세금’이다.

세금에 ‘쪽지’를 붙이면 그 세금이 '쪽지예산'으로 쓰이는 것만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허투루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도 이다. 그러면 세금 부담도 그만큼 가벼워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