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우리 측의 섣부른 물 자원 협력이 자칫 유엔과 미국이 우려하는 북한 생화학 무기개발에 전용될 가능성과 맞물려 있어 남북간 대규모 물 협력은 힘들고, 인도주의 차원의 취약주민을 위한 소규모 지원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이 토론회는 지난 2015년부터 국회물포럼(대표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설훈·우상호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 한반도경제·문화포럼이 공동주최하고, 통일부·환경부가 후원하는 행사이지만, 실제로 행사 주관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맡아 진행해 오고 있다. 행사 취지는 임진강, 한탄강처럼 남북간 맞닿아 있는 공유하천의 관리를 위한 상호협력 등 통해 남북 평화와 물 활용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한반도 경색 국면에서 남북 물 협력이 매우 어렵다고 운을 뗐다.
고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한 독자 제재와 유엔의 대북제재는 그동안 궤를 달리하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유사해지고 있다"고 달라진 기류를 전한 뒤 "미국과 유엔 입장에서 물 환경 분야 협력은 생화학 무기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현 상황에서는 남북협력 추진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국회입법조사처 이승현 입법조사관도 미국과 유엔 등이 촘촘하게 제재망을 구축해 놓은 현재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남북 물 협력 추진이 쉽지 않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남북간 물 협력사업을 당장 실현 가능한 방안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자원공사 사업기획부 조영식 부장은 "우선 학교, 영유아시설 등 취약시설 중심으로 북한주민 인권과 직결되는 식수 지원, 위생 개선 등으로 남북협력의 끈을 마련한 뒤 과거 협의한 경험이 있는 공동유역조사, 홍수예방경보시설 구축, 상설협의기구 설치를 위한 논의를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이동식 차량이나 모듈형 정수처리시설로 소규모로 취약계층 식수 공급과 위생 개선이 가능하며, 추후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수상태양광 설치, 노후 수력시설 현대화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30여년 전 국민성금으로 만든 '평화의 댐'이 북한이 물길을 막아 덩그러니 시멘트 구조물로 남아 있다"면서 "북한이 평화의 댐 상류에 있는 임남댐(금강산댐)의 물길을 남한 쪽으로 돌리면 남한은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은 수력발전량 손실만큼 남한으로부터 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산업 측면의 남북 물 협력을 강조했다.
수자원공사 이학수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수질관리, 재해예방, 수자원개발 분야에서 남한과 인적 교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점진적인 협력방안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남북 협력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