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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광정밀은 공정위와 만도의 '짜고 치기' 희생양?

공정위, 일광정밀·만도 하도급분쟁 조사과정에서 만도에 불리한 자료는 '외면'

김흥수 기자

기사입력 : 2019-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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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일광정밀과 ㈜만도와의 부당하도급 분쟁에서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일광정밀이 ㈜만도와의 부당하도급 분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만도가 '짜고 친 사건 처리의 희생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원청업체인 만도에 대한 일광정밀의 부당하도급 신고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보고서와 관련 자료들을 단독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2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만도는 소명자료를 통해 일광정밀이 터무니없이 높은 단가인상(52%)을 요구해 거래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이재만 일광정밀 대표는 "52%의 단가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에도 일광정밀이 만도에 제출한 '납품단가 인상 요청' 공문의 원가계산서에는 기업이윤을 포함한 적정단가 대비 31% 적자상태에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만도측은 일광정밀이 52%의 단가인상을 요구했다는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만도의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파산지경까지 몰린 일광정밀은 6억5000만 원의 운영자금 대출과 전체 직원의 절반을 내보내는 구조조정 등으로 버텨봤지만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청업체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지위에 있는 하청업체에 거래 제품에 대해 형편없이 낮은 납품가를 요구하는 관행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성대 경제학 교수 시절 이를 두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수탈‧약취'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드시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공정위는 원가절감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 감액과 하청업체가 법위반 사실을 공정위에 제보하면 보복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만도의 '입막음'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만도가 강압적으로 단가인하를 감행했고, 하도급업체는 울며겨자먹기로 단가인하에 합의할 수 밖에 없는 증거자료들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만도의 단가인하가 쌍방간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부당단가 인하의 증거자료들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사건 조사과정에서 만도가 일광정밀에 적용한 단가가 시장가격보다 15% 낮다는 점을 인지한 만도의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만도의 '2008년 및 2009년 구매전략'에 따르면 만도는 납품업체의 이원화를 통해 납품단가 인하를 계획했다.

또한 일광정밀의 부품 이원화 개발시 단가인상효과는 16%에 달하고 일광정밀의 업종에 대한 시장 가격조사 결과 납품단가 대비 15%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료도 확보했다. 만도가 지속적인 단가인하를 감행해 일광정밀의 단가가 시장가격보다 15% 가량 저렴한 수준이라는 내부문건이다.

실제로 만도가 일광정밀과의 납품거래가 종료된 후 다른 업체에서 납품받은 부품 단가는 일광정밀의 납품단가에 비해 15% 인상된 수준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같은 자료들을 모두 무시했다. 오로지 만도가 내미는 합의서가 있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단가인하'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사건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만도의 불법 단가 인하가 의심되는 증거자료들을 누락시켰다. 만도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약정CR(Cost Reduction. 납품단가 강제인하)를 통해 일광정밀의 납품단가를 인하했지만 문제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위원장은 부경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시기 발표한 '자동차산업 하도급 구조의 특징과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약정CR를 두고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꼬집고 있다.

공정위는 직권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부당 단가인하 관련 자료도 외면했다. 만도가 '매출차감'이라는 명목으로 하도급업체들에게서 대금을 공제하는 감액을 '단행'한 자료를 못본 척 했다. 대금감액 규모는 자그만치 5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만도가 하도급업체들에게 "당사의 CR품목 중 매출차감 품목은 제외하고 (공정위 조사관에게) 제출하라"는 지시가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만도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자료는 아예 공정위에 제출하지 말라고 하도급업체에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또한 외면했다.

공정위가 이와 관련해 만도에 제재를 내린 것은 부당 감액 3억 원뿐이었다. 이는 실제 대금감액 규모가 5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만도를 노골적으로 편들어줬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것이다.


김흥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xof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