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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정위 전직 사무관이 밝힌 '일광정밀‧만도 하도급 사건' 전말

"공정위가 조사관인 나를 타 부서로 강제 전출시킨 후 재조사해 무혐의 처리"

김흥수 기자

기사입력 : 2019-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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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무관이 본지에 제보한 비망록의 일부.
㈜만도와 ㈜일광정밀의 부당하도급 사건을 조사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직 사무관 A씨는 공정위가 해당 사건을 무마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이 사건을 만도의 불법하도급으로 결론내고 상부에 만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를 건의했으나 타 부서로 전출을 당했고, 해당 사건은 후임 조사관의 재조사를 거쳐 무혐의 처리됐다. A씨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상관으로부터 받은 압력과 박해를 비망록 형식의 기록으로 남겼고, 이를 본지에 제보했다. A씨의 제보 내용을 토대로 이 사건 처리과정 전말을 게재한다.

A씨가 일광정밀‧만도 부당하도급사건 사건을 맡게 된 것은 두 번의 조사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나고 세 번째 신고(재재신고)가 접수된 2013년 12월이다.

A씨는 앞선 두 차례 사건조사가 부실해 일광정밀과 만도측을 대질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만도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합의하겠다)”고 약속하고 1년여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2015년 10월쯤 공정위의 만도에 대한 정기 직권조사 담당자로 조사를 실시했다. 직권 조사과정에서 만도의 하도급법 위반혐의가 발견돼 신고 사건 조사 자료와 직권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취합해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A씨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도중 상관(하도급개선과장)으로부터 “사건조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말라”는 압력을 수차례 받았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결재를 올렸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타부서 전출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A씨가 받았던 박해와 압력 등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를 모두 들고 간 적도 있었다.

담당 과장은 만도의 내부 문건에서 일광정밀의 단가를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다는 자료가 발견됐는 데도 출장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만도의 자료에 신빙성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조사를 나가 확보한 내부자료에 대한 신빙성을 문제 삼으면 공정위가 굳이 조사를 나갈 이유가 없다. 일광정밀과 만도의 1, 2차 조사보고서는 쟁점에 대해 전혀 검토를 하지 않은 엉터리보고서라고 보고하니 담당 과장이 화부터 내기도 했다.

담당과장은 A씨가 확보한 자료에 대고 ‘증거가 안 된다’를 남발했다. A씨는 비망록에 “그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면 위원회에 상정될 사건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이뿐 아니었다. 일광정밀의 단가가 업계 평균단가보다 15%가 낮은 점에 대해 구체적 산출내역을 요구했다. 담당과장은 만도가 15%가 낮다고 인정했음에도 구체적 산출내역이 첨부돼야 한다고 지시까지 했다.

A씨의 타 부서로 ‘강제 전출’이 이뤄지고 후임으로 온 K사무관도 A씨를 닦달했다. K사무관은 A씨가 만도로부터 재무제표를 제출받은 것까지 시비를 걸었다.

심사보고서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았다. 500억 원 단가인하와 관련한 자료를 두고 “다른 하도급업자들도 위반 아니냐”고 따진 것이다. A씨는 “그럼 조사를 확대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결국 500억 원 단가인하는 3억 원으로 축소됐다.

담당과장은 심사보고서를 보고 트집을 잡으며 직원들을 불러 회의를 통해 결정하자고 한다. A씨는 다수의 의사를 위장해 사건을 묻으려고 하는 계략으로 느꼈다.

통상 심사보고서가 작성되면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해 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이 관례인데, 억지로 트집을 잡아 위원회 상정을 막으려는 것은 사건을 아예 묻어버리겠다는 의도라고 파악했다.


김흥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xof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