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을 팔아 증권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삼성증권 직원들이 회사의 손해 절반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삼성증권이 직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령 주식을 판매한 직원 13명이 47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2017년 4월 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사고' 때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들은 앞서 형사재판에도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삼성증권의 담당 직원은 우리사주에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가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했다.
그 바람에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 배 넘는 28억1295만 주의 '유령 주식'이 발행됐다.
이 유령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일부가 이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혼란이 일어났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직원 13명이 내다 판 주식은 534만 주로, 체결된 거래금액만 190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이 유령 주식을 내다 판 돈을 실제로 가져간 것은 아니다. 주식 거래가 체결된 지 3거래일이 지난 뒤에야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팔린 만큼의 주식을 매수 혹은 대차하는 방식으로 다시 전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도금과 매수금 사이의 차액과 수수료 등 91억여 원의 손해를 봤다.
또 투자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는 과정에서 3억여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이같이 발생한 손해 94억여 원을 배상하라며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직원들은 "시스템 오류인지 시험해 보려 매도주문을 했을 뿐이라 손해를 입히려는 고의가 없었다"거나, "유령 주식을 매도한 것이므로 유효한 '매도계약'이 존재하지 않아 손해를 입혔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매도주문을 했거나 한 번에 1만 주 이상의 매도주문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시험해 본 것'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증권 시스템의 결함과 담당 직원의 실수 등도 사건의 한 가지 원인이 됐고, 삼성증권이 배당사고 직후 사내방송 등을 통해 매도금지 공지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면이 있다며 직원들의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